동거 여성,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는 모습. 임세준 기자
동거 여성,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는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기영(31)이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것과 관련, “자신의 진술을 통해 경찰의 수사가 좌우되고 있는 상황을 즐기는 측면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4일 오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해 이 같이 말하며 "행동하는 것하고 말하는 것에서 허세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했다.

지난달 체포 이후 전 동거녀의 시신을 강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했던 이기영은 경찰의 수색 개시 일주일만인 지난 3일 돌연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그는 이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이제 진실을 얘기하겠다" "경찰에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등의 말을 하면서 특정 위치를 가리켰으나 이틀에 걸친 대대적인 수색 작업에도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곽 교수는 이를 두고 "자신이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해결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모습으로 포장을 하려고 하는 허세를 부리고 있다"며 이기영에게 '굉장히 센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고 봤다. "여러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범으로서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라는 평가다.

4일 오후 경기 파주시 공릉천변에서 이기영이 살해해 매장한 동거녀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4일 오후 경기 파주시 공릉천변에서 이기영이 살해해 매장한 동거녀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곽 교수는 이기영의 범죄에 대해 "금전을 탈취하기 위한 연쇄살인으로 보여진다"며 "첫 번째 살인 범죄를 저지르면서 양심의 문지방을 넘어버림으로써 두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이미 한 번 사람을 죽여 봤기 때문에 또 두 번째의 살인도 그렇게 힘들지 않게 저질렀지만 결국 그 밑에 깔려 있는 것은 금전을 탈취하겠다라는 그런 어떤 생각이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기영이 4일 검찰에 송치될 때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부모에게 범죄를 알리지 말라'고 한 데 대해서는 "굉장히 이중적인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곽 교수는 "자기 가까운 사람, 자기 가족이나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자기의 나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면서 정말 범죄를 저지른 현장에서 피해자에게는 정말 끔찍하고 폭력적이고 몹쓸 짓을 했다"면서 "우연한 기회에 또 다시 자기하고 어떤 갈등을 일으키거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또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폭력성이 상당히 잠재돼 있다"고 했다.

이기영은 지난해 8월 동거하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 같은 해 12월에는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주겠다"며 택시기사를 아파트로 유인해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두 건의 범행 직후 모두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대출을 받아 약 7000만원을 편취하기도 했다.

이기영은 오랜 기간 수입도 없이 지내고 생활고를 겪어오면서도 주변에 "건물을 여러 채 갖고 있다" "큰돈을 상속받았다"는 등의 말을 하고 다녔는데, 경찰 조사에서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4일 이기영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유기, 사체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이날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에도 경찰의 과학수사와 동거녀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은 계속된다. 경찰은 이기영의 파주시 집 등에서 확보한 혈흔과 머리카락 등에서 남성 1명, 여성 3명의 DNA가 확인됨에 따라 이를 토대로 DNA의 신원 대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