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길고양이 16마리를 학대하거나 죽이고 신고자를 협박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 받고 풀려났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진성철)는 19일 동물보호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29)에게 징역 1년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벌금 200만원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포항에서 길고양이 16마리를 잡아 폐양어장에 가두고 산 채로 불태우는 등 잔인하게 학대하거나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학대한 고양이를 해부하고 이러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가 하면, 죽은 고양이들의 사체 일부를 보관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 소유의 양어장 배수 파이프를 전기톱으로 잘라 피해를 준 일도 있었다. 같은 해 3월에는 자신을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사람에게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공분을 일으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해당 청원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며 엄벌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폐양식장에서 취미로 고양이 해부를 즐기던 학대범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그동안 동물 학대 관련 수많은 청원이 올라갔고 열심히 퍼 나르며 분노했지만, 여전히 끝이 없는 싸움"이라고 적었다. '동물은 인간의 가장 다정한 친구', '환경', '동물보호', '생명존중'이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사건 이후 구속 기소된 A씨 측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고 배수 파이프는 이미 낡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여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범행 방법, 수법, 행동 등을 보면 사물 변별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고 전기톱으로 잘라낸 배수 파이프도 재물손괴에 해당한다"며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여 "가족들이 정신과 치료를 약속한 점 등을 종합했다"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초 사건을 공론화 한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날 대구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끔찍한 범행을 일삼고 이를 신고한 시민을 겁박했던 A씨가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됐다"며 비판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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