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구호 활동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에, 실종자 동사 가능성 높아져

시리아 상황은 더욱 참혹…유일한 수송로 폐쇄 상태

8일(현지시간) 터키 남동부의 아디야만에서 한 남자가 파괴된 건물 앞에 앉아 있다. 터키와 시리아의 구조대가 10여년 만에 발생한 세계 최악의 지진으로 무너진 수천채의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을 희망이 사라진 가운데 수색작업이 지속되고 있다.[AP]
8일(현지시간) 터키 남동부의 아디야만에서 한 남자가 파괴된 건물 앞에 앉아 있다. 터키와 시리아의 구조대가 10여년 만에 발생한 세계 최악의 지진으로 무너진 수천채의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을 희망이 사라진 가운데 수색작업이 지속되고 있다.[A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 사흘째인 8일(현지시간) 사망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4개국 이상의 해외 수색팀이 속속 현장에 합류하고 있지만, 피해 지역이 광범위해 구조 여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생존자의 대부분이 추위와 굶주림에 처하면서 2차 재난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저녁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사망자 수는 1만5000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발생 만 48시간이 지나면서 AP 등 외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잔해 속에 갇히거나 기본적인 생필품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생존 가능시간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븐 고드비 영국 노팅엄트렌트대 자연재해 전문 교수는 “처음 72시간은 매우 중요한 골든타임”이라며 “24시간 내 생존율은 평균 74%, 72시간 후에는 22%, 5일째에는 6%로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현지 구조대는 단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출하고자 안간힘을 쓰며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를 헤치고 있다. 하지만 수천 채의 건물들이 붕괴되면서, 생존자의 신호가 얼마나 더 감지될지는 확실치 않다.

튀르키예 전 언론인인 오젤 피칼은 AP와의 전화통화 인터뷰에서 구조대원들이 건물 잔해에서 시신 8구를 꺼낸 것을 목격했다며 “오늘 현재 말라티아에는 희망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아무도 잔해 속에서 살아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기온이 곧 영하 6도까지 떨어지면 잔해 속에서 얼어 죽는 사례도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생존자가 지금 끔찍한 여건에서 야외에 머물고 있다”며 “수색·구조작업과 같은 속도로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2차 재난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튀르키예와 비교해 내전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시리아의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대부분의 구호, 의료 서비스가 NGO에 의해 간접적으로만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세프는 시리아내 병원들이 절대적으로 과부화가 걸렸다며 물, 위생, 영양보충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게다가 튀르키예에서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으로 가는 유일한 수송로인 국경이 폐쇄되면서 구호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와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지진이 발생한 이후 시리아-튀르키예 국경인 밥 알-하와 국경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밥 알-아화 국경 없이는 시리아 북서부가 지원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는 NYT에 “밥 알-아화 국경이 지진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있지만, 그곳으로 가는 도로가 손상되거나 폐쇄돼 사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BBC는 이 도로가 9일(현지시간)부터 다시 통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UN 고위 관료를 인용해 밝혔다.

한편, 서방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이날 유럽연합(EU)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네스 레나르치치 유럽연합(EU) 인도적 지원·위기관리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회원국들에 의약품과 식량 지원을 권고했다면서도 지원 물품이 알아사드 정권에 전용되지 못하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