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슈퍼푸드에 수많은 식품첨가물이 뿌려지고 복잡한 가공과정을 거쳐 변형된다면 과연 ‘영양 식품’이라 할 수 있을까.
시중에 판매되는 ‘비건(vegan·완전 채식) 푸드’를 비롯해 ‘슈퍼푸드 함유’, ‘다이어트 식품’ 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추가된 식품은 흔히 ‘영양 식품’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다량 추가된 식품첨가물과 가공과정이 많다면 건강에 이롭지 못한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에 불과하다. 초가공식품은 식품과학자에 의해 끊임없이 지적을 받아온 대상이다.
“초가공식품, 먹을수록 모든 암 위험↑”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의 온라인 학술지인 ‘이클리니컬메디신(EClinicalMedicine)’ 최신호에는 성인 19만명의 식단을 10년간 추적관찰한 대규모 연구가 실렸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섭취가 증가할수록 모든 종류의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졌다.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상위 25% 그룹은 가장 적게 먹은 하위 25% 그룹보다 전체 암 위험이 7% 높았다. 폐암 위험은 25%, 뇌종양 위험은 52%나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은 많은 가공을 거쳤을 뿐 아니라 방부제, 인공색소, 인공감미료, 인공향, 경화유 등이 첨가된다”며 더욱이 “소금, 설탕, 지방, 정제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어 과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식품첨가물·복잡한 가공과정, 암 위험 높여”
초가공식품과 암 발병과 연관성을 입증한 연구는 이전에도 발표된 바 있다. 지난해 ‘영국의학저널(The BMJ)’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남성 그룹은 가장 적게 먹은 남성 그룹보다 대장암 위험이 29% 높게 나타났다.
이탈리아 포칠리 지중해신경외과연구소(IRCCS)의 마리아라우라 보나치오 박사는 2021년 의학분야 학술 사이트 ‘펍메드(PubMed)’에 올린 논문에서 “초가공식품의 위험은 영양 성분이 아니라 조리·판매 과정에서 더해지는 첨가물에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사라 베리 연구원은 “감미료, 유화제 등의 식품첨가물은 우리 몸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미생물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켜 염증 위험을 높인다”며 “이는 우리 몸이 인공첨가물을 유해한 박테리아처럼 인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먹을수록 끌린다…“식품 중독 유발은 더 문제”
더욱이 초가공식품은 자주 먹을수록 그 맛에 중독되기 쉬운 것이 문제다. 이미 전 세계 식품과학자들은 초가공식품이 음식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해왔다. 지난해 학술지 ‘커렌트어딕션리포트(Current Addiction Reports)’에 게재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조너선 앤 캐린 필딩 공공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5명 중 1명이 초가공식품 섭취에 중독 증상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초가공식품의 기준은 천연 원료를 사용한 식품, 비건(vegan·완전채식), 다이어트 식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식품 포장에 적힌 영양성분표를 확인하면 된다. 영양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5가지 이상의 인공첨가물이 포함된 제품은 초가공식품에 해당되며,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