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새우 껍질과 전분. 새우깡이 아니라 서핑보드의 재료다.
서퍼들이 늘어나면서 새우로 만든 서핑보드까지 등장했다. 성인 키보다 조금 큰 조각에 기대 파도에 몸을 온전히 내맡기는 즐거움. 국내에서도 강원 양양, 부산 등에서 주말마다 서핑을 하러가는 사람들로 여름이 아니어도 해수욕장이 붐빌 정도다.
이 ‘새우깡’스러운 서핑보드는 자연에서 비롯한 재료로 만든 만큼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다. 부서진 조각을 해양 동물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 물과 토양에서도 자연 분해되고, 심지어 퇴비로도 활용될 수 있다. 물론 서핑보드뿐 아니라 스티로폼이 쓰이는 모든 영역에서 대체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식재료로 사용해도 아까운 새우로 왜 스티로폼까지 만든 걸까.
새우로 된 서핑보드를 고안한 건 미국의 스타트업 ‘크루즈폼(Cruz Foam)’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라 석유화학을 전공한 존 펠츠는 대학 시절서핑을 하며 마르코 롤란디를 만나 2017년 크루즈폼을 창업했다. 이들은 현재 각각 크루즈폼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담당하고 있다.
크루즈폼은 2년 넘는 기술 개발 끝에 대체 스티로폼 양산을 눈앞에 뒀다. CNBC에 따르면 크루즈폼은 포장재 업체 애틀랜틱패키징과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한다.
소재 개발을 위해 크루즈폼은 미국국립과학재단에서 보조금 200만 달러(약 35억원), 사운드웨이브스(Sound Waves)를 비롯한 여러 기후 펀드와 벤처투자자들에서 2500만달러(약 315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대체 스티로폼은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서핑보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서핑보드의 주 재료가 스티로폼이기 때문이다. 서핑보드에서 나오는 침출수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때로 해양동물이 부서진 서핑보드의 조각을 삼켜 소화 장애를 일으킨다.
스티로폼은 사실 상품명으로, 정화한 명칭은 발포폴리스티렌(Polystyrene foam)이다. 부풀려진 만큼 부피에 비해 가벼워 서핑보드의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부피가 큰 만큼 충격을 잘 흡수하고 온도도 잘 유지된다. 식품이나 의료용품 배송에 쓰이는 완충재, 건물의 단열재 등으로 주로 활용된다.
크루즈폼은 갑각류나 곤충의 껍질, 조개류에 풍부한 키틴(chitin)이라는 성분이 스티로폼처럼 쓰일 수 있다고 봤다. 고분자 물질이 사슬처럼 연결돼 있다는 점이 플라스틱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셀룰로스(식이섬유) 다음으로 가장 흔한 다당류라, 저렴하고 널리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농업폐기물에서 뽑아낸 전분, 섬유 등도 합쳐져 대체 스티로폼으로 거듭난다. 모두 자연에서 비롯된 재료들인 만큼 동물들이 먹어도 해롭지 않고, 물이나 흙에서도 60일 이내에 자연 분해된다. 대체 스티로폼이 물에 녹으면 거품이 나는데, 여기서 나오는 질소는 토양에 영양분이 될 수도 있다.
서핑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지역의 정책도 대체 스티로폼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4월 말부터 레스토랑, 커피숍, 바, 벤더와 같은 대형 식음료 시설을에서 일회용 스티로폼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크루즈폼은 우선 TV를 비롯한 전자제품, 의료용품 등을 배송하는 데 쓰이는 완충재에 집중한다. 존 펠릿 CEO는 “2021년 미국에서 TV만 2억개 넘게 판매됐다”며 “TV 포장에 스티로폼이 1㎏씩 사용된 걸 감안하면 축구장 800개 크기의 스티로폼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