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법개정 사안” 선그어
與 “신중검토” 野 “기금장악 시도”
지난해 8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 손실액에 국민 노후자금 우려가 커진 가운데, 연금개혁 논의 답보 상태에 머무르던 정치권 시선이 ‘기금본부 서울 이전’ 이슈로 급쏠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 전북 전주에 위치한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검토를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논란 중심에 서면서다.
기금본부 서울 이전은 법 개정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에 따라 이뤄졌던 지방 이전이고 윤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가 균형발전 목표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벌써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국민의힘은 ‘신중 모드’로 국민연금법 개정안 발의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이 직접 우수 인력 이탈 방지 방안으로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검토를 지시했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일단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단 이전과 기금본부 설치 문제는 법으로 전주에 두도록 돼 있다”면서 “이 문제는 국회에서 법을 어떻게 바꾸느냐, 거기에 해당하는 문제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법 개정 사안’임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여당에 개정안 발의 신호를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현행 국민연금법 27조에 따르면 공단 기금이사가 관장하는 부서의 소재지는 전라북도로 한다고 명시돼 있고, 필요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분사무소를 둘 수 있다고 돼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단 소속 한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원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지만 어제 대통령실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 만큼 개정안 발의 등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도 신중 기류가 읽힌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에 대한 특단 조치를 주문했고 기금본부 이전을 그 방법 중 하나로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균형발전이라는 목표와 지역 반발을 생각하면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그렇다고 우리 국민의 미래 주머니가 달린 문제인데, (운용인력 이탈 등이) 큰 문제라고 한다면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기금본부의 서울 재이전이 운용 수익률 제고 핵심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당이 법 개정을 시도한다고 해도 다수 의석인 민주당이 반대하면 사실상 실행은 불가능한 구도다.
국민연금 이사장 출신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연금특위 야당 간사)은 본지 통화에서 “2013년도에 당시 양당의 공통대선공약이었던 전주 이전을 양당 합의로 이뤘던 것인데, 지금와서 서울 재이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라면서 “기금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또 야당은 최근 지지부진한 연금개혁 논의 시선을 돌리려는 정부 시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연금특위 소속 다른 야당 의원은 “지난해 막대한 손실과 관련해서 기관 거버넌스와 운용 인력 보상체계 문제 등 모든 요소를 종합해서 해답을 도출해야 하는데, 서울로 이전하면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은 표면상 문제만 건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연금 장악 시도”라는 프레임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검사 출신 변호사를 국민의힘 상근전문위원에 임명한 것과 관련 기금운용 전문성과 독립성 문제를 지적하고, KT 차기 대표 선정 과정 등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통해 편파적 개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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