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조항 들어가면 피해 커
업계 “16일 발표 내용 예의주시”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공개를 앞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CRMA는 산업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의 특정국 쏠림을 막고, 유럽산 원자재 생산을 장려하는 것이 목적이다. 핵심 원자재의 중국 비중이 높은 한국 배터리 업계는 CRMA의 규제 강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르지오 코르베타 EUROBAT(유럽 배터리 제조연합) 사무국장은 16일 ‘인터배터리 2023 - 배터리 콘퍼런스’에서 ‘신(新) EU 배터리 규제 현황과 대응 전략’ 주제의 연사로 나서 “핵심 원자재의 다변화와 폐배터리 재활용 전략이 한국 배터리 업계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EU가 준비하는 초안 문건에는 추출·가공·재활용을 포함한 핵심 원자재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 EU 연합국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유럽산 원자재 사용에 대한 보조금 조항이 포함될 경우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의 전략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U는 CRMA를 통해 2030년까지 역내 전략 원자재 광물의 채굴 역량을 EU 연간 수요의 10%, 역내 가공 역량은 40%, 재활용 역량을 1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또 특정 국가에 대한 전략 광물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지 않도록 수입처도 다변화한다. 새로운 기관인 ‘유럽 중요 원자재위원회’ 설립을 통해 핵심원자재의 공급망도 살필 계획이다.
CRMA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배터리 업계는 IRA와 유사하게 유럽에서 생산·재활용된 원자재가 적용된 제품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공개 예정이었던 CRMA은 이틀 미뤄진 16일 발표된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관계자 등은 EU집행위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리튬·코발트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는 사실상 유럽에서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다. IRA처럼 CRMA 법안을 통해 유럽산 원자재 사용에 대한 보조금 조항이 포함되면 국내 배터리 3사와 일본·중국 배터리 업체 모두 관련 조항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SK온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지 배터리 생산이 의무조항으로 포함될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유럽이 준비하고 있는 친환경 정책에 맞춰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조항이 들어간다면 국내 업계의 대응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부 공개된 CRMA 초안에서 유럽 원자재 사용을 10%로 규정한 것도 유럽에서 원자재를 당장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향후 배터리 업체들이 유럽에서 원자재를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CRMA의 고비를 넘긴다 해도 유럽이 올해 10월부터 시행하는 탄소국경세(CBAM), 탄소거래제도(ETS)는 또 다른 장벽이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지난달까지 구체적인 CBMA와 ETS 시행안을 내놓지 못했지만, 미국 IRA가 발표되면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채굴하는 데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만큼 규제가 시작될 경우 배터리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르베타 사무국장은 “핵심광물을 비롯해 배터리 재활용, 배터리 수명까지도 앞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될 것”이라며 “채굴 과정부터 생산 방법까지 친환경적인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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