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거장’ 앙줄랭 프렐조카주

불멸의 고전 백조의 호수 ‘재해석’

프렐조카주 발레 ‘백조의 호수’ [LG아트센터 서울]
프렐조카주 발레 ‘백조의 호수’ [LG아트센터 서울]

“50년 동안 800종 이상의 동물이 사라졌어요. 우리의 아이들, 손주들은 ‘백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불멸의 고전 ‘백조의 호수’가 시대의 화두를 입고 다시 태어났다. 새로운 세계관을 만난 ‘백조의 호수’는 전 지구적 과제인 ‘환경 문제’를 품었다. 프렐조카주 발레 ‘백조의 호수’(6월22~24일·LG아트센터 서울)다.

‘모던 발레의 거장’ 앙줄랭 프렐조카주(66·사진)가 한국을 찾는다. 그는 내한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리 시대’의 이야기는 (내가) 춤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진짜 질문들”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러시아 고전 발레의 선구자인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백조의 호수’에 프렐조카주의 상상력을 더해 태어났다.

프렐조카주의 ‘백조의 호수’는 이렇다 할 세트도 없이 영상과 조명만으로 환상적인 미장센을 연출한다. 시대와 주제는 달라졌지만, 프렐조카주는 “이야기의 원래 구조와 인물들의 낭만적인 특성, 판타지적인 측면은 보존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산업과 금융의 세계로 바꾸면서도 물이 갖는 특별한 의미와 백조의 에로티시즘을 활용하고자 했어요. 안무가로서 기념비적인 작품에 도전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저는 스스로를 겁주는 것을 좋아해요. 그것이 저를 깨어있게 하기 때문이죠.”

새로운 스토리를 입은 만큼 안무는 고전 발레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는 “안무는 완전히 새로 쓰여졌다”며 “춤의 살점이 되는 모든 것들은 재창조했다”고 말했다.

주목해야 할 장면은 2막의 군무다. 새하얀 튀튀(발레복)를 입은 발레리나들이 대형을 바꾸며 고난도 동작을 선보이는 ‘백조의 호수’ 속 명장면이다. 프렐조카주가 강조한 것은 정확한 몸짓과 움직임이다. 팔을 사용해 새 한 마리가 날아가기 직전부터 날아오르는 ‘상승’의 장면을 구현하고자 했다.

“2막 피날레에선 둥근 대형으로 백조들이 나오는 이 장면은 고전 발레와 여성 무용수들의 클리셰를 모두 해체합니다. 그것 또한 자유의 송가이기도 하죠.”

음악은 원작에서 90%를 가져왔다. 차이콥스키 음악에 새로 작곡한 현대적인 분위기의 음악을 살짝 더했다. 차이콥스키의 다른 작품인 바이올린 협주곡, 서곡, 교향곡도 나온다. 그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의 가장 상징적인 순간들을 유지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40년간 50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인 프렐조카주는 20세기 이후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현대무용가로 꼽힌다. 유도를 배우다 러시아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의 사진에 우연히 보고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의 별칭이 ‘현실판 빌리 엘리어트’인 이유다. 무용계 최고 권위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았고, 프랑스 정부에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의 영감의 원천은 언제나 ‘동시대’다. 그는 “우리가 사는 곳의 맥락은 내게 매우 중요하고 영감을 준다”며 “작품을 우리 사회에 다시 살려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안무가로의 그의 정체성을 만든 것은 스피노자의 철학이다.

“스피노자는 영혼은 육체의 생각이고, 영혼을 만드는 것은 육체라고 했어요. 영혼은 생각이고, 육체를 통해 분출되죠. 안무가인 제게 많은 영향을 미친 문장이에요. 이 문장을 품고 움직임과 신체에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