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변경·통상임금 등 판결 이어
현대차 노조 손배 노동자 손들어 줘
성과급 평균임금성 인정여부도 주목
산업계 “현장 불법행위 조장 우려감”
노란봉투법 쟁점과 닮은 꼴로 주목받은 현대자동차 노조 손해배상 판결이 최근 선고된 후 법원의 ‘친노동 경향성’이 강화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통상임금 소송 등 주요 노동사건 판결 흐름을 볼때 이같은 주장에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반박 입장문을 내며 ‘법리 이해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1일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노동조합 또는 노조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한다”며 기존 판례를 45년 만에 변경했다. 기존에는 노동자 동의를 받지 못하더라도 취업규칙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유효하다고 인정해왔다. 대법관 7명은 다수 의견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려워 법적 불안정성이 크다”고 이유를 들었다.
법조계에선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판사 재량권을 제한한 판결로, 현 대법원의 노동권 존중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로펌의 노동 전문 변호사는 “취업규칙 불리 변경 시 법원이 사회적 합리성을 인정한 사례가 드물었다”며 “굳이 (사회적 합리성을) 배제한 것은 기존에 판사들이 재량권을 갖고 들여다볼 여지조차 봉쇄한 것으로, 노동권 존중과 같은 시그널적인 의미가 크다”고 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 변호사는 “사용자 측면에서 ‘내용에 합리적인 게 있으면 어느 정도 허용해 줄 수도 있다’라는 예외 가능성 자체를 없앤 것으로, 현장에서 파급력보다는 상징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15일 대법원은 또 한 번 굵직한 노동사건을 선고했다. 현대차 하청업체 노조가 공장을 점거한 행위와 관련한 회사 측의 손해배상 사건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와 맞닿아 사회적 관심도가 컸다. 대법원은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 전체에 대해 “동일하게 연대해 공동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처음 판결했다. 기존엔 노조원들이 노조와 동일한 책임비율로 연대 책임을 졌다.
이 사건 자체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진 않았다. 다만 이날 함께 선고된 또 다른 현대차 노조 손해배상 사건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가 다시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최종 결론이 났다. 전합에 회부됐다가 소부에서 선고된 사건도 책임 제한 개별화 부분이 직권으로 쟁점에 포함됐으나 고정비용으로 파기환송 되면서 따로 판단되진 않았다. 일반적으로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경우,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때 사건을 맡는다. 기존 법리로 판결이 가능하거나 기존 법리와 배치되지 않는 선에서 판단이 가능하면 소부에서 판단한다.
하지만 파장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판결보다 더 크게 번지고 있다. 이번 판결로 사측은 파업 참여 노동자 개별로 불법 행위를 판단해 책임을 물어야 하게 됐는데, 근로자 개인이 물어야 할 손해액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경감시켜 산업현장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권은 ‘사법부가 망한 날’ 등 강한 어조로 대법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법원 판결이 친노동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주장은 대법원이 스스로 키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런 사건은 1년, 2년 전부터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했던 사안”이라며 “과거 대법원이었으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어날 게 100퍼센트 확실하기 때문에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판결 후) 한 달 만에 바로 선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파장이 큰 2건의 노동사건을 한 달 사이 잇따라 처리한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선고는 하급심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임금피크제가 구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금지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 주장하며 감액된 임금 지급을 요구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임금피크제 유형 중 정년 연장 없이 임금을 깎은 ‘정년유지형’사례였다. 대부분 사업장은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다.
대법원은 당시 임금피크제 차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4가지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대상(보전)조치의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도입 목적에 사용됐는지 등이다. 이후 각종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이 제기됐고 하급심에서 이같은 기준이 인용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 정회일)는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임금 삭감 등 피해가 크다면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봐야한다고 1심 판결했다.
또 다른 노동전문 변호사는 “고령자 고용법이 정년을 60세로 늘리면서 기업의 현실을 감안해 세트처럼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며 “당시 이같은 입법 취지가 강조되거나 고려돼야 하지만 전혀 고려되지 않고 지금 와서야 임금을 깎는 대신에 기업이 취한 대상조치가 뭐냐만 따지면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업들은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성으로 인정될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단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법원이 2018년 공공기업의 경영평가성과급의 평균임금성을 긍정한 후 아직까지 민간기업의 경영성과급에 대한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당시 대법원은 경영평가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하고 퇴직금 산정의 기초인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다수 기업에서 관련 소송이 제기됐으며 현대해상, 삼성전자 등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소송은 ▷근로의 대가성 ▷지급 의무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됐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회사의 경영실적 등에 따른 이익 일부 분배로 볼 것인지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일종의 대가로 볼 것인지 등에 따라 판단이 엇갈렸다. 향후 대법원에서 기준이 나온다면 기업들에게 큰 파장이 예상된다. 유동현·안대용 기자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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