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시설 미흡…무더위 ‘여전’

운영 시간에도 문 잠겨 있기도

서울시 동작구의 한 무더위 쉼터. 버려진 선풍기를 가져와 쓰고 있다. 안효정 기자.
서울시 동작구의 한 무더위 쉼터. 버려진 선풍기를 가져와 쓰고 있다. 안효정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여기 있는 선풍기들은 다 버려진 거 갖고 온 거야. 그중 하나는 지금 고장나서 이렇게 테이프 붙여 쓰고 있어. 작동은 되긴 해.”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경로당. 이곳은 서울시가 지정한 ‘무더위 쉼터’다. 오전 11시부터 30℃에 육박하는 더위를 피해 노인 4명이 쇼파에 앉아 선풍기 한 대를 방 가운데에 두고 바람을 쐬고 있었다. 선풍기엔 X자 방향으로 투명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김천만(83)씨는 “어딘가에 버려져 있는 선풍기 주워와 쓰고 있다”며 “선풍기 작동이 잘 안 돼서 테이프로 강풍이랑 풍향조절 버튼 고정해뒀다”고 했다. 90세가 넘는 경로당 최고령자 A씨는 “더워도 노인네라 그냥 견딘다”고 말했다.

올해 여름 폭염이 예상되면서 정부가 서울시 곳곳에 ‘무더위 쉼터’를 마련했지만 냉방시설이 열악하고 운영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더위 쉼터는 주로 경로당·복지회관·주민센터·은행 등의 시설 내 위치해 폭염 취약계층을 비롯한 일반 시민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무더위 쉼터 실외기가 찌그러져 있다. 안효정 기자.
무더위 쉼터 실외기가 찌그러져 있다. 안효정 기자.

김 씨는 경로당 ‘할아버지방’에 있는 에어컨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씨는 “올해 여름 되고 에어컨 쓰려고 보니까 실외기가 찌그러져 있었다”며 “누가 주차하다가 박은 것 같다”고 했다. 대한노인회 동작구지회는 “에어컨 점검 기간 중이었다”며 “실외기 비롯해 새로운 에어컨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무더위 쉼터. 안효정 기자.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무더위 쉼터. 안효정 기자.

운영 시간이지만 문이 잠겨있는 무더위 쉼터도 있었다. 지난 4일 5시 40분께 방문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무더위 쉼터. 복지관 입구부터 ‘더위에 지친 어르신! 무더위 쉼터에서 쉬어가세요…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라며 무더위 쉼터를 알리는 표지판이 유리문 만한 크기로 세워져 있었지만 무더위 쉼터는 닫혀 있었다. 경로당 문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고 문 너머로 보이는 실내엔 불이 모두 꺼져 어두컴컴한 상태였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비가 오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경로당 회장이 무더위 쉼터 문을 30분 일찍 닫은 것 같다”며 “경로당 회장에게 앞으로 운영 시간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무더위 쉼터 관련 통계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기자가 지난 4일 열람한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 ‘서울시 무더위 쉼터 현황’ 자료에서는 에어컨 보유대 수가 0으로 집계된 곳은 야외 무더위 쉼터를 제외한 총 14곳이었다.

하지만 기자의 취재가 들어가고 나서 서울시는 “통계가 잘못됐다”며 기존 자료를 수정해 공개했다. 6일 오후 6시에는 에어컨이 없는 실내 무더위 쉼터는 0개로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에어컨 보유대 수가 몇 군데 누락된 곳이 있었다”며 “실제로 확인해본 결과 (에어컨이 없다고 나온) 14곳엔 에어컨이 1대부터 많게는 7대까지 있었다”고 했다. 무더위 쉼터 현황은 시민의 편의를 위해 열린데이터광장을 통해 공개된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무더위 쉼터를 지정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무더위 쉼터가 무더위 쉼터로서의 기능을 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여름이 완전히 시작되기 전 시점에선 꼭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