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농가, 갈수록 찌는 여름철 더위에 폐사 걱정
만일의 사태 대비한 ‘가축재해보험’ 관심 늘어
[헤럴드경제=안효정·김영철 기자] “돼지들이 낮엔 더워서 밥도 잘 안 먹어요. 밤 돼야 열기가 좀 떨어져서 겨우 먹고…. 애지중지 키웠는데 이러다 죽을까봐 걱정입니다.”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잇따르자 경상북도 문경에서 양돈농가를 운영 중인 이모(70) 씨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불볕더위에 약 2500마리의 돼지들이 입맛을 잃고 하루 종일 축 늘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밤낮으로 항아리에서 물을 퍼 나르고 스프링쿨러를 가동해도 더위를 식히는 덴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이씨는 “해가 갈수록 날이 더워지는 것 같다”며 “내 새끼(돼지)들 다 죽으면 어쩌나 싶어 폭염 관련 보험을 들려고 한다”고 했다.
여름철 무더위가 장기화되자 이씨처럼 폭염 피해를 걱정하는 축산 농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폭염 관련 보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축산업 종사자가 폭염에 따른 재산 피해를 대비하려면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국내에선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 6개 손해보험사에서 판매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폭염이 워낙 심하다 보니 폭염 관련된 보험 상품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가입률이 88.7%에 달한다. 보험료의 50%는 정부가, 30%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기 때문에 농가의 보험료 부담은 적은 편이다.
춘천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정재헌(61)씨도 지난 7월말부터 가축재해보험을 알아보고 있다. 정씨는 올 여름 폭염으로부터 닭을 ‘지켜내기’ 위해 에어컨과 스프링쿨러, 대형 선풍기 등 가동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했지만 맘 편할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하도 더워서 거의 24시간 내내 기계를 돌린 것 같다”며 “전기 사용량이 너무 많아 (냉방 장치) 과열로 (양계장에) 불이 나진 않을까 노심초사한다”고 했다. 폭염 때문에 전기 화재 위험까지 정씨가 신경 써야 할 일이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 포천에서 30년 넘게 양계장을 관리하고 있다는 정모(53) 씨는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정씨는 “아직 폭염으로 닭이 폐사된 적은 없지만 이렇게 더운 날엔 무슨 일 생길지 혹시 몰라 일찍부터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했다”고 했다.
보험 시장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매년 폭염에 따른 피해가 커지는 만큼 그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폭염과 같은 이상기온은 기후 변화로 인해 그 빈도와 심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위험관리 전문산업으로서 보험산업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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