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주목할만한 패션 디자이너 계한희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애쉬(Ash) 컬러로 탈색한 긴 생머리에 짙은 화장…. 이 여인, 참 ‘세 보인다’. 그런데 정작 입을 열자 말투도 웃음도 천상 순둥이다. 그동안 언론에 노출돼 왔던 디자이너 계한희(27)의 ‘반전 매력’이다.
삼성패션디자인펀드(Samsung Fashion & Design FundㆍSFDF) 제10회 수상자, 한국패션협회 제7회 코리아패션대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 2014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주최 영패션 디자이너 프라이즈 준결승 진출….
2014년 한해 한국 패션업계는 4년차 여성 디자이너를 주목했다. 계한희, 자신의 성을 딴 패션 브랜드 ‘카이(KYE)’의 디자이너자 대표다.
지난 10월 열렸던 2015 S/S서울패션위크에서도 디자이너 계한희의 카이 컬렉션은 단연 핫이슈였다. 국내 에디터들의 찬사는 물론 해외에서 온 패션 저널리스트들도 “최고의 쇼”라며 엄지를 추켜 세웠다. 정원이 500명 정도인 객석에는 1000명 가까운 관람객들이 몰려 들어 쇼가 지연되기도 했다.
정작 디자이너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과 기대에 무덤덤하다. 신사동 카이 쇼룸에서 만난 계한희는 지난 서울패션위크에서 쏟아진 찬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좋은 평가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기쁜 일이 있어도 기뻐하지 않고, 슬픈 일이 있어도 슬퍼하지 않는 게 나름의 인생 철학이라는 것. 그래서 자신의 컬렉션에 대한 칭찬은 듣지 않고 오히려 비판에 대해서만 귀를 연다고 말했다.
1년에 뉴욕컬렉션 2번, 서울컬렉션 2번, 총 4번의 메이저 무대에 오르는 카이의 시작은 2011년부터다. 영국의 패션 명문인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2011년, 런던 무대에서 카이라는 이름을 먼저 알렸다. 과감한 절개와 실루엣, 화려한 패턴, 그 속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녹여 넣는 카이의 옷들은 감각이 뛰어난 셀러브리티들이 먼저 눈도장을 찍었다. 2NE1의 씨엘이 그의 단골 고객 중 하나. 빅뱅의 지드래곤도 초창기 카이의 옷을 대중에 알렸다.
계한희는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10명중 8~9명이 좋아할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각 피스별로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옷들이지만 전반적으로 ‘센’ 느낌 때문에 소수 마니아들이 더 찾는다는 것. 그는 “한 두명이라도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카이브 같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카이 컬렉션의 목표”라고 말했다.
사실 계한희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부잣집 딸 출신’이라는 편견이 있다. 한국화 작가인 어머니로부터 디자이너로서의 DNA를 물려받은 것은 물론, 국내 유수 주류ㆍ제약회사 CFO 출신의 아버지로부터의 경제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뻔한 기대’와는 다르게 계한희는 스스로 자수성가형 디자이너 사업가임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디자이너 중 민관 지원사업에 가장 많이 문을 두드린 디자이너가 바로 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쇼를 위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면 100번 떨어져도 101번 지원서를 낸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SFDF도 두번 떨어지고 세번째인 올해 선정된 것. 그는 “나한테만 기회가 많이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작 많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을 두드린다고 다 열리는 것은 아닐 터. 카이는 감각적이고 글로벌한 디자인으로 또한번 세계 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당장 준비하고 있는 쇼는 내년 2월에 있을 2015 FW뉴욕패션위크. 세일즈, 룩북 제작 등 사전 작업은 1월 첫주까지 마쳐야 한다. 또 2015년 10월에 선보일 대림미술관 전시 역시 그의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다. 옷이 아닌 순수미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래서일까. 욕심많은 20대 디자이너의 올해 크리스마스 계획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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