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구매해달라” 알바 모집
세탁한 돈 해외계좌로 빼돌려
일당 65명 검거 이 중 22명 구속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백화점 상품권이나 해외직구 대행비로 보이스피싱 피해금 세탁해 해외로 빼돌린 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상품권 구매, 해외직구 결제금 등으로 돈을 세탁해 피싱 조직원에게 건넨 1차 수금책 39명과 피싱조직 일당 26명을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 중 22명이 구속됐다.
1차 수금책 40대 정모 씨 등 39명은 지난해 4월부터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24억원을 이체받아 전국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상품권을 구매하는 식으로 돈세탁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허위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해 “거래처 위해 구매한다”는 식으로 상품권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상품권을 대신 구매하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유혹이나 고수익 알바 모집글을 보고 보이스피싱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 등으로부터 상품권을 받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상품권매매소를 차려놓고 공범들 계좌로 반복해 이체했다. 경찰에 붙잡힌 중간수금책 40대 박모 씨 등 13명은 마치 진짜 상품권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금융당국의 단속을 빠져나갔다.
일당은 1차 수금책에게 “돈이 이체된 시간, 액수, 계좌주에 맞게 상품권을 사고판 것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와 거래명세표를 허위로 만들어라”로 지시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한번 세탁된 돈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운영하는 가짜 해외직구 대행사무실 5곳으로 옮겨진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해당 사무실에 일하는 송금책 30대 이모 씨 등 13명은 중간수금책으로부터 세탁한 돈을 받아 해외 계좌로 빼돌렸다. 경찰은 빼돌린 돈은 약 82억원으로 보고 있으며, 송금책이 챙긴 수수료는 5억원으로 조사됐다.
일당의 범죄행각은 경찰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덜미가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보이스피싱 대응이 강화되면서 범죄수익을 입출금하기가 점차 어려워지자 출금이 용이한 새로운 방식으로 우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일당이 사업자등록 제도를 악용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간편한 사업자등록 제도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깊이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세무 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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