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도약 말레이시아 동남아 첫 GDP 1인당 1만弗 타종교에도 너그러운 포용력 다문화국가 이끄는 원동력

“고국에 계신 동포여러분, 여기는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경기장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차범근 슛~, 아 아깝습니다. 아르무감 골키퍼에게 막힙니다.”

4060세대에게 친숙한 1970년대 메르데카컵 축구대회는 박스컵(박정희 대통령컵 국제축구대회), 킹스컵(태국 국왕배 축구대회)과 함께 아시아 최고 권위의 축구대회였고,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버마와 함께 3강을 구축했었다. 골게터 차범근과 김재한의 슛은 아시아의 거미손 이라 불리던 말레이시아 아르무감 골키퍼에게 번번히 차단당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메르데카는 바로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진주로 떠오른 말레이시아의 독립광장이다.

일본과 독일,이탈리아 등 제국주의 척결 전쟁이 1945년 끝났지만, 정작 이 전쟁에서 침략자를 몰아낸 영국은 제국주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말레이시아를 지배하다가 1957년 8월에야 주권을 넘겨주고 떠났다. 영국 국기가 철거되고 말레이시아 국기가 게양되던 역사적인 무혈독립선언의 중심지이다. 말레이시아를 지배하던 영국 귀족들의 럭비풋볼 경기장 겸 놀이터 답게 푸른 잔디와 아름다운 정원, 각종 음식점과 놀이시설이 갖춰져 있다. 영국기 유니온 잭이 걸려있던 곳 보다 더 높게, 국기게양대를 100m로 상향조정했다.

콸라룸프르 시티 센터(KLCC) 쌍둥이 빌딩은 동남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1인당 GDP 1만달러를 넘긴 말레이시아의 도약을 상징한다. 88층에 높이가 452m나 된다. 이 빌딩을 시공했던 건설컨소시엄은 한국의 삼성이 주도했다. 이 마천루 같은 쌍둥이빌딩은 차범근과 아르무감이 아시아 축구 정상을 놓고 경쟁했듯이,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처럼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일깨우는 건물이다.

‘착한 무슬림의 나라’ 말레이시아는 이 나라 신앙을 대표하는 건물로 국립 모스크를 두면서도, 수도 근교 바투 동굴 앞에 낙산사 해수관음상의 2.7배나 되는, 43m짜리 힌두교 무르간 신(神)의 황금상이 수도를 내려다보도록 하는 것을 용인한다. 두 개의 물줄기가 합쳐지는 곳이라는 수도의 상징성 때문인지 이민족, 타종교에 대한 존재를 인정해주고 있다. 국립 모스크에 입장하려면 신발을 벗고, 가급적이면 대여해주는 무슬림복장을 입어야 환대받는다. 타 종교에 대한 관용은 있지만, 자기 종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지켜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약 3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바투 동굴은 힌두교 성지이다. 272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코끼리 신이나 춤의 신이 모셔져 있고, 힌두 의식이 행해진다. 매년 음력 1~2월 사이에 힌두교의 대표적인 축제인 타이푸삼이 사흘 동안 열린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원숭이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손을 내밀 정도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한다. ‘구름 위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수도 근교 복합리조트 ‘겐팅 하이랜드’(해발 1771m), 산악인의 등반욕을 자극하는 케테리산, 동남아 대표 휴양도시 코타키나발루 등도 말레이시아의 명물이다.

이슬람 평의회 기구(OIC) 주도국이면서도 미국, 영국 등 서방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다문화국가 말레이시아의 포용력은 ‘쿠알라의 기적’을 꿈꾸는 원동력이다.

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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