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약 청정국’ 옛말…‘공급국’으로
5년 만에 밀경 2.2배, 제조 3.5배 늘어
올해 8월까지만 밀경 검거 2900명
“중독자들, 돈 아끼려 공급망 뛰어들어”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직접 만들면 더 싸게 마약할 수 있어서 그랬어요.”
#. 경기 의정부에 거주하는 A씨는 강원 정선에서 지난 2021년 4월부터 1년 6개월에 걸쳐 대마 45주(株)를 재배했다. 대마 종자 55g를 자신의 주거지에 보관한 A씨는 이를 직접 196회에 걸쳐 흡연했다. 흡연 횟수는 일일 최대 3회에 이르렀다. 지난 1월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등 혐의를 적용받아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 및 보호관찰, 40시간의 약물치료강의 수강 처분을 받았다.
한국이 ‘마약 공급국’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마약 관련 범죄는 단순 투약을 넘어 직접 재배하고 제조하는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정우택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5년간 마약 밀경 사범은 2.2배가량, 제조 사범은 3.5배가량 증가했다.
관련 수치를 들여다보면 밀경 사범이 더욱 많다. 마약 밀경이란 허가 없이 양귀비, 대마 등 마약류 작물을 재배하는 행위를 이른다. 지난 2019년 1053명이었던 마약 밀경 검거 사범은 지난 8월 2902명으로 2.2배가량 늘어났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297명 ▷2021년 1547명 ▷2021년 1037명 ▷2022년 1656명이다.
마약 제조 사범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기간 제조 사범은 14명에서 50명으로 3.5배가량 늘었다. 이들 사범은 지난 8월까지 집계된 수치임에도 지난해 수치를 이미 크게 웃돈다. 지난해 검거된 밀경, 제조 사범은 각각 1656명, 34명이었다.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이 필로폰 밀반입을 도운 정황을 포착한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 같은 마약 밀수 사범 역시 매년 100명가량 검거되고 있다. 해외에서 국내로 마약류를 밀수하다 검거된 이들은 지난해 83명에서, 지난 8월까지 126명으로 늘었다.
이는 최근 늘어난 마약 투약사범이 공급망으로까지 뛰어든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마약 중독에 빠진 이들이 지속적으로 투약을 해오다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제조나 밀경, 판매까지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30대 박모 씨는 해외에서 마약을 처음 접해, 이후 5년 만인 2020년 판매책이 된 상태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박씨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마약 중독이 심해져 한 달에 3000만원가량을 쓰다, 직접 판매를 하면 조금 더 싸게 구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 판매에까지 나섰다”고 털어놨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오랜 기간 투약한 이들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받으면서, 돈이 없으니 본인이 제조에 뛰어들어 판매하고, 일정 부분은 남겨 직접 투약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가를 받지 않은 개인이 제조한 마약의 경우 부작용 혹은 금단 증상으로 병원을 찾더라도 원인을 알 수 없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위중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우택 의원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특단의 조치가 실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중대한 마약사범에 대해 엄중처벌하는 싱가포르 등 사례를 적극 검토해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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