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시장조성 업무 교란행위” 판단
윤창현 “금감원 검사권 부작용…절제된 행사 필요”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증권사의 시장조성(MM) 업무를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보고 과징금을 통보한 금융감독원의 판단에 시장이 움츠러들었다. 시장조성자 수가 반토막이 난 뒤 여전히 기능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시장 각각 14곳이었던 시장조성 참여 증권사는 작년 코스피시장 6곳, 코스닥시장 5곳으로 줄더니 올해 1분기에는 8곳, 9곳으로 소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 2분기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신한투자증권이, 3분기에는 코스닥시장에서 하이투자증권의 시장조성 업무 계약이 해지되며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시장조성은 저유동성 종목 등이 원활히 거래될 수 있게끔 증권사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다.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계약 대상 종목에 상시로 매도·매수 호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시장조성 역할을 한다.
2021년 9월 금감원은 국내외 시장조성 증권사 9곳에 대해 시장교란 혐의로 사별 10억∼8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통보했으나, 이듬해 7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이를 뒤집고 증권사의 시장조성 업무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시장조성자의 의무 이행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서는 시세 변동에 대응한 호가의 정정·취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시장조성자의 특정 행위유형이 교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전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는 게 증선위의 주요 판단 근거였다.
그러나 금감원의 과징금 통보로 거래소의 시장조성 기능은 11개월간 중단됐다가 2022년 9월에서야 재개됐다. 이때는 이미 시장조성 참여 증권사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였다.
시장조성 기능 재개 이후 참여 증권사 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시장조성 대상 종목은 작년 673개에서 올해 999개로 대폭 늘었다. 코스피시장 시장조성 대상 종목은 작년 330개에서 올해 312개로 소폭 줄었으나, 코스닥시장은 343개에서 685개로 급증했다.
시장조성 기능도 중단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코스피시장 시장조성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기능 중단 전인 2021년 2분기 당시 350억원으로, 시장조성 대상 종목의 일평균 거래대금(1조9481억원)의 1.8%를 차지했다.
올해 2분기 시장조성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16억원으로, 여전히 시장조성 중단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에는 184억원까지 줄어들며 2021년 이후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증시 활황이었던 2021년에 비해 올해는 전체 거래대금이 줄어든 영향으로 시장조성자 일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4.8∼5.0%대로 늘었다.
윤창현 의원은 "금감원의 무리한 과징금 처분이 무효화된 이후에도 참여 증권사는 반토막이 나 코스피 시장조성 거래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금감원의 검사권이 잘못 행사되면 어떤 부작용이 초래되는지 확인된 만큼 향후 핵심에만 집중시킨 절제된 권한 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