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 “학원 끝나고 무인카페 자주가”
‘목 마르다’며 ‘아이스 아메리카노’ 찾아…
학부모들 “자녀 일찍부터 카페인 노출 걱정”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지난 3일 오후 4시께 서울 강남의 한 무인카페. 초등학생 4명이 무리지어 카페에 들어오더니 각자 능숙하게 키오스크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기계에서 커피가 나오자마자 이들은 카페에 자리를 잡고 ‘목이 너무 말랐다’며 아메리카노를 벌컥 들이켰다. 이들 4명이 휴대폰 게임을 한지 30분이 다 지나지 않았을 무렵, 무리 중 한 명은 ‘한 잔 더 마실 사람?’이라고 물으며 키오스크에서 커피 한 잔을 추가로 주문했다.
초등학생들이 무인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됐다. 무인카페가 늘면서 어린 나이부터 자녀가 카페인에 쉽게 노출돼 걱정이 된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의 또다른 무인카페에서 나오던 A(9) 군의 왼손에도 바닐라라떼 한 잔이 들려 있었다. A군은 “학원 끝나고 친구들이랑 (무인카페에) 자주 놀러 온다”며 “어른들처럼 우리도 친구들이랑 같이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눈다”고 했다. A군과 같은 무인카페를 이용한 최모(39) 씨는 “잠깐 동네 사람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무인카페에) 왔는데 어린 아이들이 와서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뽑아가는 걸 보고 놀랐다”며 “나도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하나 있는데 (딸도) 그럴까봐 걱정된다. 카페인 일찍 먹어서 몸에 뭐가 좋겠느냐”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청소년 및 어린이는 체중 1㎏당 카페인 2.5㎎ 이하가 최대 섭취 권장량으로, 몸무게 50㎏ 청소년의 경우 카페인 최대 일일 섭취 권고량은 125㎎이다. 식약처는 100㎖당 카페인 15㎎ 이상을 함유한 음료는 고카페인 음료로 분류하고 있다. 유명 커피 브랜드의 아이스 아메리카노(355㎖ 기준) 카페인 함유량은 150㎎(100㎖ 환산시 42㎎)으로 이는, 식약처의 고카페인 기준을 한참을 초과한다.
지난 주말에 찾은 서울 목동의 한 무인카페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휴대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초6 수학’이 적힌 문제집을 탁자 위에 펼쳐두고 있었다. 목동에 사는 김모(52) 씨는 “무인카페 앞을 오갈 때마다 학생들이 커피 마시고 있더라”며 “난 처음에는 애들이 그냥 잠깐 앉아 쉬는 건가보다 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B씨는 최근 이 문제를 두고 자녀에게 잔소리한 적이 있다고 했다. B씨는 “아이가 ‘나도 커피 마시고 싶다’고 하길래 무슨 소리인가 했다”며 “아이 말론 친구들이 다 무인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고 논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B씨는 “커피는 몸에 안 좋아서 안 된다고 말하긴 했는데 내 잔소리를 제대로 들을 지는 모르겠다”며 “무인카페엔 초등학생이 커피를 마신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인터넷도 무료에 앉을 자리까지 있으니 완전히 학생들의 아지트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카페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커피를 판매하는 것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학생들이 고카페인 음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이를 과용하지 않도록 학생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학교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