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어 서울시 조례 개정
일부 자치구 후속조치 손놔
시설 이용료 등 혜택 못받아
#. 서울 용산구에 사는 A씨는 문배동 용산구문화체육센터에서 아내의 필라테스 강좌, 아들의 농구 강좌를 끊을 때마다 심기가 불편해진다. A씨는 2자녀 이상 다둥이카드가 있으면 서울 공공시설이 할인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용산구의 다자녀 기준이 3자녀에서 바뀌지 않아 A씨는 할인 대상이 아니었다. A씨는 “국가적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수십조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지만, 그 돈이 다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출산지원 정책이 효능감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머리(정부, 서울시)로는 온갖 궁리를 다하지만, 실제 손발(일선 구청)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다자녀 관련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자치구 등 일선 행정기관에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세훈표 저출생 대책 1~2탄(난임부부, 임산부)에 이어 지난 5월 3탄으로 다자녀 가족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다자녀 혜택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막내 연령을 13세에서 18세로 완화하고 서울대공원 등 13개 공공시설의 입장료와 수강료를 무료 또는 반값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서울 다자녀 혜택 가구는 기존 29만가구에서 43만가구로 49% 늘었다.
그러나 서울 대다수 공공시설을 관리·운영하는 구청이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이런 대책의 효능감은 크게 떨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다자녀 기준 완화를 위해 시 조례를 개정했다”며 “행정 현장 일선에 있는 구청에서 시 조례를 바탕으로 구 조례를 개정해야 구청이 관리·운영하는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제대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25개 자치구별 다자녀 관련 조례는 크게 다자녀 기준, 공영주차장 주차료 감면 기준, 문화·체육시설 감면 기준 등 다양한 범주에 퍼져 있다.
자치구 조례상 다자녀 기준을 서울시 기준(2자녀, 막내연령 18세 이하)과 통일시키지 않은 자치구는 강서구·양천구·강동구 등 3개구다.
공영주차장 주차료 감면 조례로 따져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8개가 이미 2자녀 가구에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종로구·동대문구·도봉구·은평구·강서구·서초구·강동구 등 7개 구는 3자녀 이상 가구만 50% 할인된다. 2자녀 가구는 30% 할인에 그친다.
체육시설 감면 조례 역시 서울 18개 자치구는 2자녀 가구일 때 할인 대상이 된다. 그러나 용산구·동대문구·강북구·마포구·강서구·동작구·송파구 등 7개 구에서는 3자녀 이상이어야 한다.
결국 일부 자치구들이 아직도 다자녀 기준을 ‘자녀 셋’에서 ‘자녀 둘’로 바꾸지 않아 시민 혼선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들 자치구가 다자녀 기준 변경에 소극적인 건 월별 수십~수백만원의 운영수입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구의회 관계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저출생 해법을 찾기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일선 행정 현장의 외면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라며 “자치구에서는 조속히 정부와 서울시의 저출생 대책 기조에 따라 다자녀 관련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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