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시절 ‘물가관리 책임 실명제’ 효과 미미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과일과 채소 등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과일과 채소 등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민생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줄줄이 오르자 정부부처마다 담당 품목을 지정해 물가 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이는 관련 업계를 압박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는 대외적인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정부의 인위적인 물가 억제가 이른바 가격은 유지한 채 제품 용량을 줄이는‘슈링크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정부에 따르면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전날 각 부처에 물가관리 품목을 정해서 오는 9일 열리는 물가관계 차관회의에 대응방안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일 자로 물가정책과 산하에 물가안정현장대응팀(이하 현장대응팀)이 신설됐다. 현장대응팀은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농축수산물과 관련한 현장을 방문해 정보를 수집하고 물가 대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기재부 등 물가 관련 부처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정례적으로 열 방침이다.

해양수산부는 박성훈 차관 중심으로 작년보다 가격이 15%가량 오른 천일염 등 수산물 7종의 물가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물가 안정대응반’을 가동키로 했다. 물가 관리품목인 명태·고등어·오징어·갈치·참조기·마른 멸치 등 대중성 어종 6종과 천일염 등 모두 7종이다. 관리품목은 7종이지만 가격이 급등하는 품목이 있으면 더 늘어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개 주요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전담 관리할 방침이다. 관리 대상은 서민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라면과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과 국제가격이 작년보다 35% 오른 설탕, 원유(原乳) 가격 인상 여파로 가격이 상승한 우유까지 모두 7가지 품목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 달 소비자 물가동향을 보면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 대비 15.2% 뛰었으며 우유는 14.3% 올랐다. 빵은 5.5% 올랐으며 과자·빙과류·당류는 10.6%가 오르고 커피·차·코코아는 9.9% 상승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가스 등 에너지가격을 비롯해 의류·가전제품 등 공산물 물가관리에 나선다. 특히 의류비가 올들어 급등했다는 점에서 기재부로부터 특별관리를 요청받은 상태다. 국가통계포털(KOSIS) ‘지출목적별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의류 및 신발 물가는 10월까지 전년누계비로 7.1% 상승했다. 연간으로 의류·신발 물가 상승률이 7% 이상을 기록한 시기는 1990년(9.8%)이후 33년만이다.

정부가 각 품목별로 물가관리에 나선 것은 11년 전 이명박(MB)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 2012년 정부는 ‘물가안정 책임제’를 시행하면서 1급 공무원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물가 관리를 책임지도록 했다. 당시 농식품부의 먹거리 물가 관리 대상은 쌀, 배추, 고추, 마늘, 양파,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가공식품이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물가 안정에 협조해달라”면서 사실상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또 전문가도 정부가 개별 품목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많은 국가가 물가 상승 시에는 그렇게(가격 통제) 하고 싶어 하지만 성과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