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도림고가차로 앞 8차선 횡단보도에서 노인이 다 건널 때까지 차량의 진입을 막은 배달기사. [연합]
서울 영등포구 도림고가차로 앞 8차선 횡단보도에서 노인이 다 건널 때까지 차량의 진입을 막은 배달기사.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걸음이 불편한 노인이 보행신호 내에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지나가던 배달 기사가 차들을 막아 세운 모습이 공개돼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3시쯤 서울 영등포 도림고가차로 앞 8차선 횡단보도에서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길을 건너던 도중 보행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어 도로 중간 부근에 고립됐다.

대기하고 있던 차들이 출발 준비를 하자 자전거를 탄 배달 기사가 갑자기 나타나 횡단보도 가운데 멈춰 섰다. 배달 기사는 이 노인이 횡단보도를 다 건널 때까지 차들의 진행을 막았고, 이 모습을 본 차량 운전자들도 모두 제 자리를 지키며 할아버지가 무사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차를 운행하며 이 모습을 목격한 김모(49)씨는 "차를 출발하려고 했는데 노인이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매우 난처했는데, 다행히 배달 기사가 자신의 자전거를 횡단보도에 세우고 차들의 진행을 막아줬다"고 밝혔다.

이어 "20대 남성으로 보이는 배달 기사의 통제에 모든 차들은 어르신이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면서 "어르신이 걸음이 느리고 잘 걷지 못하셔서 위태로워 보였는데 배달 기사분이 도와줘서 감동이었다"고 따뜻했던 순간을 전했다.

2020년도에 개정된 경찰청 교통신호기 설치관리 매뉴얼을 보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은 1초당 1m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교통약자를 고려해 어린이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등은 1초당 0.7m로 보행속도를 조정해 산출하고 있다. 과거 1초당 0.8m에서 시간을 늘렸지만 이번처럼 걸음이 느린 교통 약자들은 여전히 교통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