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만든 안평고보 요새
공자묘, 타이난 아마존, 치메이박물관
“한국은 대만 사람들 매우 좋아하는데,
대만도 오해 확인됐으며, 빨리 풀어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대만의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장구하겠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중세적 문명을 일구고 이를 기록한 역사는 400년이다. 그 중심에는 남서부 도시 타이난이 있다.
▶네덜란드와의 인연= 타이난 지역은 대만 원주민 중 하나인 시라야족(西拉雅族)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1624년 네덜란드인들이 타이완 섬을 점령하고, 서구사회와의 교역 독점권을 통해 타이난 지역에 무역업과 상업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는데, 이 때를 ‘기록된 대만 역사’의 기점으로 본다.
네덜란드의 당시 식민 지배 행태가 ‘이득을 위한 이용’이지 민족문화 말살이나 학살, 탄압이 아니었기에, 대만은 타이난을 창구로 해외 문물 및 외지인들이 받아들이면서 문명의 길을 걷는다.
명, 청나라가 와서 네덜란드 사람을 내쫓고, 일제가 침략해 청나라부터 대만을 빼앗는다. 중국공산당에 밀린 국민당 세력로 유입된다. 상업이 발달하면서 동남에서도 온다.
일제 지배땐 학살, 피폭도 많이 당했지만, 원주민들은 이 사람, 저 나라, 거기서 거기이니, 내 실리를 찾자는 마인드로 굳어진다. 대만 사람들에겐 기본적으로 외세에 대한 편견이 없다.
▶한국과 친해져라= 다만, 일본과 너무 친해서 그냥, 주는 것 없이 한국이 미운건지, 한동안 오해가 많았다. 가짜뉴스에 속아 한국을 싫어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수퍼주니어’ 이후 한류에는 열광한다.
다행히 지금은 10대부터 40대까지 세대들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믿음과 호감도가 높아졌다. 대한민국은 대만을 미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음을, 한국인들은 대만 친구들에게 꼭 얘기해 주고 싶다.
우습게 보아서도 아니고, 대만이 경제,기술면에서 한국에 한참 앞서 있을 때 부러움을 느껴, 따라배우기도 했다는 점을 대만인들이 실증적으로 짚어봤으면 좋겠다. 만약 대만의 5070세대들은 실증적으로 오해를 풀었다면, 가슴을 열어라.
대만이 고도(古都) 타이난의 400주년을 30여일 앞두고, 다시 한국인들에게 교류의 손길을 보다 적극적으로 내민다. 타이난은 인구 200만명이 채 안되지만, 자부심이 강한 곳이다. 타이난시는 1895년 일제강점기때 수도를 일본과 가까운 북쪽 타이베이에 넘겨주기 전 까지 270년간 대만의 수도였다.
▶타이난 명소들= 타이난에는 ▷대만으로 이주한 공자후손들이 보살피는 공자(孔子)묘, ▷네덜란드가 지은 방어용 안평고보(古堡) 요새, ▷명나라 사람이 만든 천후궁, ▷청나라 지배하에 조성된 선눙(神農)거리, ▷일제가 지은 하야시 백화점이 남아 있다.
타이난 지역의 전통 의상(치파오)을 입고 이들 유적을 둘러보는 것은 연대별 차곡차곡 시간여행이다.
‘아시아의 작은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쓰차오(四草) 녹색터널, 치구소금산(七股鹽場)의 희귀 조류 저어새 서식지에선 역사도시 답지 않은 청정생태를 경험하고, 동서양의 미술품, 골동품을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전시한 치메이(奇美)박물관에선 예술의 향기가 피어나며, 화위안(花園) 야시장에서 다양한 먹거리의 구수한 냄새가 풍긴다.
누구에게든 척을 지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타이난의 심성은 동양과 서양, 자연과 인문,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대만식 퓨전 문화를 낳았다.
▶공자와 네덜란드= 타이난 중서구에 있는 공자묘(사당)는 1655년 창건된, 타이완 최초 고등교육기관이다. 국자감-성균관 같은 곳. 500년 대만 학문의 메카이다. 커다란 나무들이 숲을 이뤄 사색하기에 좋다. 숲 가장자리 태평양전쟁 포탄이 떨어진 곳에서 노인들이 한가로이 담소를 나눈다.
타이난 옛 역사의 중심지 안평구의 안평고보는 네덜란드 표현으로 ‘제럴드성’ 요새이다. 붉은색 보루에 오르면 안평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장벽 사이사이에 놓인 대포는 바래고 깎였으며, 세월의 흐름에도 벽면엔 반얀트리 뿌리가 헝클어진 머리처럼 드리워져 있다. 요새에서 내려다 보이는 대만해협 위 고즈넉히 떠있는 배들의 풍경과 석양은 ‘대만 8경’ 중 하나이다.
안평수옥(樹屋)은 네덜란드가 1665년 세관을 만든지 2년만에 끌어들인 영국의 무역상 더지양행(德記洋行) 창고가 있던 곳으로, 거대한 반얀트리 넝쿨 속에 지은 건축물이다. 반얀트리 가지와 뿌리가 벽과 지붕을 뚫고 자라 건물과 나무가 하나된 신비감 속에 귀곡성 같은 짜릿함도 느껴진다.
2008년 런더구의 2만8700평의 넓은 부지에 지어진 치메이박물관은 화학생활용품 사업가인 시웬롱이 어릴적 해보지 못한 바이올린과 미술 체험의 꿈을 성공한 뒤 구현한 곳이다. 미술품, 고고학, 바이올린, 골동품 등이 전시돼 있어 대만 학생들의 단골 체험학습 코스이다. 특히 시웬롱이 어릴 적 연주해보고 싶었던 바이올린은 120억원짜리 한 대를 포함해 1000여대가 있다. 정원과 호수가 있어 소풍나온 가족들도 여럿 보였다.
▶타이난, 부산국제여행박람회 최고상= 한국과 가까워지려는 우정 행보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한국방문이 불가능한 팬데믹시절 비행기 타고 한국 하늘 위만 돌다가 가는 상공여행에 많은 대만인들이 참가해 태극 부채를 흔들었다.
타이난은 올해 부산 국제 여행 박람회에 참가하여 2년 연속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2022년에는 ‘최고의 부스 콘텐츠 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에는 ‘최고의 부스 마케팅 상’을 수상했다.
대만 관광 최대 규모의 축제인 ‘대만 등불 축제·GLORIOUS TAINAN’는 타이난 400주년인 2024년 2월 3일부터 시작되며, 3월에는 ‘대만 국제 난초 전시회’가 열린다.
타이난 시 관광국은 WTTC 안전 여행 국제 인증을 받았고, 여행객 친화적인 응대 문화를 구축했다면서 한국인들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