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사적지정은 1963년…담장 복원때마다 ‘범위변경’
“예술성 있는 작품도 표현의 자유 주장 어려워”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서울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한 행위에 대해 문화재법을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는게 관계 당국의 해석이다. 낙서로 훼손된 담장이 2010년도에 지어졌지만, 문화재청이 사적범위를 재지정했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시기나 위치와 상관없이 복원된 경복궁 담장을 훼손하면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2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낙서된 경복궁 담장 가운데 영추문 양쪽은 1975년, 고궁박물관 주변 담벼락은 2010년 새로 세운 것이다. 당시 영추문 이동과 월대 복원이 있었으며, 이에 따라 담장 위치 역시 기존 자리에서 조금씩 바뀌어 왔다.
다만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경복궁은 일찍이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됐지만, 1975년과 2010년 담장을 새로 지을 때마다 면적과 권역을 담장포함 안쪽 영역으로 새로 지정해 문화재보호법 적용을 받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적을 지정할 때 건물 하나하나에 대해 하는 게 아니라 권역으로 지정하기 때문에, 담장을 허물고 새로 지을 때마다 그 담장을 기준으로 사적영역을 새로 정해 공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향후에 기존 위치와 상관없이 경복궁 다시 담장을 짓더라도, 이를 훼손하면 문화재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지정 문화재를 손상, 절취,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지정 문화재 현상을 변경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특히 단순낙서가 아니라 소위 ‘예술성이 있는 작품’이라도 문화재를 훼손하면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화예술 전문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 등 헌법 기본권을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다른 공익을 제한해선 안된다”며 “따라서 국가의 재산, 더욱이 국가문화유산을 훼손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경복궁 낙서 범인은 기존 문화재 훼손 사례에 비춰볼 때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8년 숭례문에 불을 지른 범인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숭례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문화재로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고 국보 1호로 지정돼 우리 국민은 높은 민족적 자긍심을 간직해왔다”며 “국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한 충격과 수치심으로 고통을 감내하기 어려운 큰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2009년 사적으로 지정된 전북 전주시 전동성당 출입문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2명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2017년 사적인 울산 울주군 언양읍성에 붉은 스프레이로 낙서한 범인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된 바 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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