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팀=홍승완 기자] 세기의 이혼소송 과정에 등장한 거액의 수표 한장이 세계적으로 화제다. 오클라호마 주에 기반을 둔 세계적인 석유재벌인 해롤드 햄(Harold Hamm) 콘티넨털 리소시스 회장과 그의 아내 수 앤 햄(Sue Ann Hamm)의 이혼에 등장한 9억 7400만 달러, 우리돈 약 1조700억원짜리 수표다.

7일(현지시간) 미국언론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해롤드 햄은 전처에게 9억 7400만 달러짜리 수표를 써줬지만 그녀가 이를 단숨에 거절했다. 햄이 써준 수표는 이혼 소송 합의금 차원의 것이다. 지난 11월 오클라호마 법원은 이혼소송 합의금으로 9억 9550만 달러를 지불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 앤은 이에 만족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이를 거부했다.

이과정에서 해롤드 측 변호인이 수표의 복사본을 공개했다. 공개된 수표에는 햄의 손으로 쓰여진 9억7479만317이라는 숫자와 이를 다시 영문으로 써놓은 지급액수가 표시되어 있다. 올해 1월 5일의 발행일자와 함께 ‘분노가 느껴지는’ 해롤드 햄의 거침없는 자필 서명도 들어있다.

1억원짜리 수표도 평생 한 번 보기 쉽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1조원 짜리 수표는 언감생심이다. 이런 수표를 발행할 여력이 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는 서른명도 되지 않는다. 현실감도 없게 느껴진다. 미국인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수표 사용에 익숙한 미국 네티즌들 조차도 ‘1조원짜리 수표치고는 너무 조악한거 아니냐’는 반응부터, ‘수표를 은행에 들이밀면 과연 1조원을 출금 할 수 있는가’까지 여러가지 이야기를 웹상에서 나누고 있다.

이처럼 해롤드 햄의 수표가 화제가 되고 있지만, 이수표가 역대 발행된 최고액 수표는 아니다.

해외 금융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역대 공식 발행된 최고액 수표는 무려 90억 달러짜리다. 우리돈 10조원에 육박하는 초거액 수표다. 해롤드 햄의 수표의 9배 정도 가치를 지닌다.

발행자는 일본의 미쓰비시 UFJ 금융그룹.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10월에 이 수표를 발행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를 인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 발행된 수표 역시 일부 전문 매체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전문 금융기관들의 거래인 만큼 당시의 수표는 해롤드햄의 그것과는 달리 수기(手記)가 아닌 인쇄로 되어 있다.

아무리 기업인수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90억달러 짜리 수표의 발행은 흔치 않은 일이다. 수백억에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거금을 조달하는 것이 인수기업에도 부담이 되는 만큼 그정도의 거액을 한꺼번에 넘겨 주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인수대금을 상당기간에 걸쳐 나누어 지급한다.

하지만 당시는 상황이 특수했다. 계약이 이뤄졌던 당시가 주말과 콜럼부스 데이가 이어지는 미국의 연휴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약을 당일 마무리 짓지 않으면 차주 화요일까지 은행이 열리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모건 스탠리는 그돈이 없으면 며칠을 버텨내기가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쓰비시 UFJ가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