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얘기 라디오에 사연 보내 난방비 지원
-김형오 구로경찰서 경사의 뒤늦게 알려진 미담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난방비가 없어 홀로 냉방에서 지내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꼭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11월29일, MBC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여성시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형편이 어려운 한 독거노인을 위해 난방비를 지원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글 작성자는 서울 구로경찰서 오류지구대 소속 김형오(48ㆍ사진) 경사.
그가 할머니(81)를 만난 사연은 이랬다. 11월 초순경 구로구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김 경사는 허리가 심하게 굽은 할머니가 종이 박스를 들고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김 경사는 할머니 귀가를 도와주면서 딱한 사정을 들었다. 할머니는 자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안 됐다. 근데 자식과는 수년간 연락이 끊겨 사실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허리가 90도로 굽은 후천적 장애 탓에 공공근로조차 할 수 없는 상황. 할머니는 “난방비가 없어 냉방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 집은 거의 쓰러져가는 기와집. “방문을 열자마자 냉기가 확 끼치더라고요. 거기서 어떻게 주무시는지….”
방에는 밥풀이 말라붙은 상과 까많게 탄 전기장판 뿐이었다. 경유 보일러가 있었지만 불을 때지 않아 녹이 슬어 있었다. 안타까웠다.
김 경사는 할머니를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사연을 보내서 채택이 되면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를 지원한다”는 방송을 들었다. 곧바로 방송 홈페이지에 접속한 그는 회원가입까지 해가며 할머니 사연을 적었다.
김 경사가 ‘사랑의 난방비 지원팀’에서 연락을 받은 것은 12월 초순. “집을 방문해 실제 형편이 열악한지 실사를 해야 하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 경사는 다시 집을 찾아갔고 수소문 끝에 인근 경로당에서 할머니를 다시 볼 수 있었다.
할머니는 난방이 안 되는 방에 있기가 힘들어 따뜻한 인근 경로당에 있다가 밤에 잘 때만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김 경사는 할머니가 알려준 계좌로 난방비 80만원을 입금했다는 담당자 말을 듣고 비로소 안심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같은 일을 한 이유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어머니가 눈에 밟혀서 그랬던 것 같아요. 21살 때 고혈압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계시면, 지금 할머니 연세쯤 됐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김 경사는 할머니가 신원이 밝혀지는 것을 극히 꺼려한다고 했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를 혼자 그렇게 놔뒀다고 아들한테 해가 될까봐 걱정이 되시나봐요. 그게 부모님 마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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