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새누리당의 권력 지형이 꿈틀되고 있다. 6월 지방선거와 지도부 교체를 위한 전당대회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려는 친박에 맞서 ‘범 비박’ 세력이 운집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주류인 친박과 ‘범 비박’ 간의 정면충돌 조짐도 감지된다.

우선 친박과 비주류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은 6ㆍ4 지방선거와 전당대회와 연관이 있다. 당장 갈등을 빚은 당협위원장은 당대표 투표를 하는 대의원을 지명하는 것은 물론 지방선거에서 후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친박과 비박 모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국회의장단 교체기도 맞물려 있어 이를 차지하기 위한 중진 의원들의 손익계산도 분주하다.

최근에는 친박계와 친이계의 갈등을 넘어 친박계 대 비박계 간의 계파투쟁으로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친이계인 이재오, 정두언 의원은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과 의원, 당협위원장 청와대 만찬에 불참했다. 8일 저녁에 열린 상임고문단 청와대 만찬에도 친이계로 분류되는 강재섭, 김형오 고문은 참석하지 않았다.

여기에 탈박(脫朴)으로 분류되는 김무성 의원의 거침 없는 ‘소신행보’까지 더해졌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더욱 증폭된 ‘불통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의 ‘소통론’을 비판하면서도, 개헌론 띄우기에 나선 당내 비박계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개헌에 부정적인 박 대통령을 옹호했다. 차기 당권을 위해 친박과 비박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김 의원의 복잡한 상황이 반영된 행보라는 관측이다.

한편 이와 같은 ‘범 친박’이 세로 결집돼 당장 탄력을 받긴 어려워 보인다. 임기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절반을 웃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덕분에 반발을 위한 명분이 설득력을 얻기 힘든 상황이고, 대선 이후 외연을 넓힌 ‘친박’의 순도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핵심 중진인 서청원 의원과 대표적 비주류 이사인 이 의원이 개헌 문제를 놓고 지난 8일 공개적으로 맞붙은 이후 당 내에선 친박계와 지도부를 중심으로 ‘개헌’을 언급하는 것이 터부시되는 상황이 이를 대변한다. 여야 의원 12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개헌모임)’이 지난 연말부터 적극적으로 개헌안 발의를 추진하면서 박근혜 정부 집권초기 ‘87년 체제’의 헌법이 새 옷을 입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