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뉴욕증시 4월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14일 소비자물가지수·15일 생산자물가지수
결과에 따라 강세장·약세장 전환
1분기실적 시즌 종료 국내 증시, 다시 매크로 영향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이번주 뉴욕증시는 금융시장 초미의 관심사인 4월 인플레이션 지표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보인다.
미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각각 현시지간 14일과 15일 발표된다. 뉴욕증시는 두 물가 지표에 따라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강세장 흐름을 이어가거나, 방향이 전환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국내 증시는 이번주 1분기 실적 시즌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다시 매크로 영향권에 접어들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CPI가 이달 남은 증시 향방을 결정할 메인 이벤트라 주목한다.
파월, 금리인상 선 그었지만…결국 물가상승률 둔화로 방향 틀어야
미국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둔화하다가 올해 1분기에는 갑작스레 둔화세가 더뎠다. 금융시장에서는 끈질긴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연준 내 일부 위원들이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하며 시장의 경계감은 고조됐다.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인사인 닐 카시카리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아직 금리 인하를 생각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언급했고, 미셸 보먼 연준 이사도 필요 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물가상승률이 다시 둔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시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4월 CPI가 전월대비 0.4%, 전년동기대비 3.4%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의 수치인 전월대비 0.4% 상승, 전년동기대비 3.5% 상승과 동일하거나 다소 둔화한 수준이다.
4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3% 상승,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3월 수치인 0.4% 상승, 3.8% 상승에 비해 상승률이 더딘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할 경우 주식시장은 강세 전망이 나온다.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4월 물가 지표가 둔화할 경우 시장에는 ‘도비쉬(비둘기파적) 쇼크’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뉴욕증시는 4월의 조정을 겪고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뉴욕증시에서 5월은 수익률이 높았던 달은 아니다. ‘5월에는 팔고 떠나라(Sell and go away in May)’라는 월가의 격언도 있지만, 올해 5월 주식시장은 순항하고 있다.
지난 한 주간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한 주간 2.16% 뛰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약 1.85%, 1.14%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 1분기 말까지 역대급 강세장을 이어갔던 뉴욕증시는 3월 말 고점을 찍은 후 과매수 인식에 조정받기 시작했다. S&P500지수는 4월 중 한 때 5% 정도 조정받았지만, 4월 말부터 3주 동안 다시 반등하며 낙폭을 회복했다.
S&P500지수는 이달 들어 50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한 후, 5,200선도 다시 수성했다. 현재 S&P500지수는 지난 3월 말 기록한 고점에서 1%도 채 떨어져 있지 않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아진 상황이다.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S&P500지수의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은 21배였지만,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현재 PER은 20.4배로 내려갔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증시가 고점을 찍고 5% 정도 조정받는 것은 강세장 안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증시가 다시 강세장의 추진력을 받기 위해서는 4월 물가 지표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다우지수는 전일까지 8거래일 연속 오르며 지난해 12월 이후 최장 상승 기록을 세웠다. 지난주 나스닥지수는 S&P500지수나 다우지수에 비해 반등세가 덜했지만, 빅테크 기술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달 한때 4.7%도 찍었던 미 10년물 채권 금리가 다시 4.5%를 하회하는 만큼 금리 부담도 크지 않다.
이번 주에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표도 발표된다. 산업생산, 제조업 생산 관련 지표도 예정됐다. 실적발표 기간이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찰스슈왑, 월마트, 홈디포 등의 실적도 공개된다.
이번 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다수의 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예정됐다.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금융시장은 이들의 발언을 주의 깊게 살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지표 및 연설 일정 ▶5월 13일(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 연설) ▶14일(4월 생산자물가지수·4월 NFIB 소기업 낙관지수·리사 쿡 연준 이사 연설·제롬 파월 연준 의장 토론·홈디포, 찰스슈왑 실적 발표) ▶15일(4월 소비자물가지수·4월 소매판매·3월 기업재고·5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미셸 보먼 연준 이사 토론·시스코, 프로그레시브 실적 발표) ▶16일(주간 신규실업보험 청구자 수·4월 산업생산,설비가동률·4월 신규주택착공·주택착공허가·4월 수출입물가지수·5월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마이클 바 연준 금융 감독 부의장 증언·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연설·라파엘 보스틱 연은 총재 연설·월마트,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실적 발표) ▶17일(4월 경기선행지수·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연설)
국내 증시, 이번주 1분기 실적 시즌 종료…다시 매크로 영향권
국내 증시는 이번주에 1분기 실적시즌이 종료되면서, 실적 모멘텀 대신 매크로 영향권에 접어들 전망이다. 시장은 오는 14일 파월 의장의 발언보다는 결국 미국 CPI 결과가 증시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한지영·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가 이달 남은 기간 증시 방향성을 좌우하는 메인 이벤트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난주 연준 위원들의 의견 충돌을 초래한 본질은 인플레이션 경로를 둘러싼 전망의 차이에서 비롯된 만큼, 경제 전망과 점도표가 업데이트되는 6월 FOMC 전까지 남은 4,5월 인플레이션 결과가 어느 진영의 의견이 옳았는지를 결정할 것”이라 예상했다.
또 “4월 CPI 전후로 변동성은 빈번하게 출현할 것으로 보이나, 위험선호심리는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주중 주요 이벤트를 치르는 과정에서 증시 밖으로 자금이 이탈하기 보다는, 중국 실물 지표 결과, 국내 금융주 실적, MSCI 반기 리뷰 결과 등을 확인해가면서 증시 내에서 업종간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만약, 예상보다 높은 물가 수준이 재확인될 경우 단기 변동성 확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연내 기준금리 1회 인하까지 선반영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조준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지표상 과열을 논할 만한 단계까지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며 “코스피와 코스닥 20일 ADR(상승종목에서 하락종목 나눈 수치)는 10일 종가 기준 105.1%․97%까지 올라왔는데 최근 조정장 당시 바닥권이었던 60% 후반대에서 꽤 올라왔으나 보통 단기 과열권 기준으로 잡는 120%까지는 조금 더 여력이 있고 RSI 등도 중립권 정도에 위치했다. 더 가려면 갈 여력 자체는 충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