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미·중 비롯해 주요 시장서 잇따라 가격 낮춰

기아, 신형 EV6 가격 기존 모델 수준으로 동결

중국 저가 전기차 공세도 업체 가격 인하 경쟁에 영향

전기차 ‘가격 눈치 경쟁’ 치열…“신형 나와도 할인 또는 동결로 간다” [여車저車]
테슬라는 최근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의 가격을 기존 5499만원에서 5299만원으로 200만원 낮췄다.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전기차 업계의 ‘가격 눈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까지 거세지면서 업체들마다 차량 가격 낮추기에 집중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의 가격을 기존 5499만원에서 5299만원으로 200만원 인하했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가격 인하다.

테슬라는 앞서 지난 2월 국내 전기차 보조금 개편에 맞춰 모델Y RWD 가격을 200만원 내렸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판매 가격 상한이 기존 57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낮아지자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이다.

기아 역시 최근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눈길을 끌었다. 기아는 지난 14일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EV6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기존 모델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신차 판매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전 기준으로 롱레인지 모델 ▷라이트 5540만원 ▷에어 5824만원 ▷어스 6252만원 ▷GT-라인 6315만원으로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 등재 완료 후 세제 혜택이 적용될 경우 ▷라이트 5260만원 ▷에어 5530만원 ▷어스 5935만원 ▷GT-라인 5995만원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가격 눈치 경쟁’ 치열…“신형 나와도 할인 또는 동결로 간다” [여車저車]
EV6 부분변경 모델 외관. [기아 제공]

2021년 8월 출시 이후 3년여 만에 선보이는 EV6 부분변경 모델은 기아의 신규 패밀리룩을 반영한 역동적인 디자인을 반영, 풀체인지(완전변경) 수준의 변화를 꾀했다. 특히, 84㎾h의 4세대 배터리 탑재로 494㎞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갖춘 것은 물론 차량과 사용자 간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SDV 기반의 첨단 인포테인먼트 사양을 대거 적용했음에도 전 트림의 가격을 동결하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가격 인하’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가격 낮추기에 나서는 데는 주춤해진 전기차 시장 성장세와 중국 저가 전기차 공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 시장 규모는 저년 동기 대비 20.4% 성장했다. 지난 2017년 이후 연평균 45% 수준의 고속 성장을 이어간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주춤해진 모습이다.

중국 저가 전기차 공세도 거세다. 중국 전기차 기업 니오는 지난 15일 저가 브랜드 온보의 첫 전기차 L60 SUV 출시하며, 테슬라 모델Y보다 약 4000달러 싼 가격으로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니오가 발표한 L60의 가격은 21만9900위안(3만439달러·약 4119만원)부터다. 모델Y의 가격은 24만9900위안(3만4617달러·약 4681만원)부터다.

전기차 ‘가격 눈치 경쟁’ 치열…“신형 나와도 할인 또는 동결로 간다” [여車저車]
지난달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 참가한 샤오미 부스에 전시된 SU7 세단. [헤럴드DB]

앞서 지난 3월에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 테슬라 모델3보다 약 4000달러 싼 21만5900위안(약 4000만원·기본 모델 기준)가격의 SU7 세단을 내놨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잇달아 저가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경쟁사들도 가격 할인에 나서고 있다. 실제 테슬라의 경우 미국과 중국,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 등 주요 시장에서 주력 모델의 판매 가격을 낮췄다. 지난달에는 미국 시장에서 모델Y·S·X의 판매 가격을 2000달러씩 낮춘 데 이어 같은 달 중국에서도 전 모델에 대해 2000달러씩 가격을 인하했다. 아울러 유럽 국가, 중동, 아프리카에서도 일부 모델의 가격을 낮췄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 여파는 미중 무역 갈등에도 불을 지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상당한 과잉 생산 리스크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보조금과 비(非)시장적 관행 속에서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70% 증가해 다른 곳에서의 생산적 투자를 위협하고 있다”며 올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4배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치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