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범 남다른 부성애…이수정 “본인이 기억하기 때문”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동자(왼쪽)가 자신의 SNS 계정에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올린 글.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갈무리]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근황이 공개돼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의 주범이 SNS에서 자신의 딸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인 데 대해 "(성폭행 사건을) 기억하기 때문에 더욱 '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5일 매일신문 유튜브에 따르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범인 A씨가 자신의 SNS에 '우리 딸은 아빠가 지켜줄게. 믿음직한 아빠가 될게. 너는 내 등골만 빼먹으면서 살아' 등의 글을 올린 것을 두고 "극도로 이기적인 그런 언사일 수 있으나, 어린 여성 미성년자들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위험한지를 본인이 몸소 알고 있기 때문에 방어심리로 한 말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문제는 온라인상에서 과거에 실현되지 않았던 정의를 사적으로 누군가가 복수를 하고 복수를 당한 자가 또 반격을 하는 현상이 마구 일어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법질서가 우르르 다 무너지면서 엉망진창인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법질서가 엄격해야 되고, 정의는 적정한 수준에서 확실하게 예외 없이 실현이 돼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사법 질서는 위기 상태"라며 "그러다 보니까 지금 이런 것들을 개인이 이렇게까지 문제를 삼는 데는 어떻게 보면 법질서의 엄중함을 되게 얕잡아보는 그런 느낌이 있다"고 덧붙였다.

밀양 성폭행범 남다른 부성애…이수정 “본인이 기억하기 때문”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이 경찰에 붙잡혀 온 모습. [JTBC 보도화면 캡처]

이 교수는 "이렇게 '내가 (사적제재를) 해 봤자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기만 하면 이건 불법이 아니다'라면서 온라인으로 정보를 박제해 놨다가 하나씩 다 까겠다는 건데, 이것도 불법이긴 마찬가지"라며 "이게 호응을 받고 거의 영웅 대접을 받고 있으니까 참 걱정스러운 현실이다. 형사사법제도가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과실로 인해서 온 나라의 법질서가 혼동 속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최근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에는 밀양 사건의 가해자로 추정되는 남성들의 근황을 공개하는 영상이 차례로 올라왔다. 1986년생으로 알려진 A씨는 현재 결혼해 돈 걱정 없이 딸을 키우고 있다. A씨는 자신의 SNS 계정에 "네 인생에 걸림돌 다 없애주고 가장 믿음직한 아버지가 되겠다", "평생 아빠 옆에서 아빠가 벌어주는 돈이나 쓰면서 살아라! 운동하고 관리나 받으면서 아빠 등골 빼먹어라. 아빠는 그것밖에 바라는 게 없다" 등의 글을 올리며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밀양에서 44명의 남학생이 1년간 여자 중학생 1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1986년~1988년생 고등학생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