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뉴스를 보면 뉴욕 하늘이 황톳빛 연기로 자욱한 사진을 볼 수 있다. 미국도 아닌 캐나다 동부의 산불로 인한 연기가 바람을 타고 날라와 뉴욕 하늘을 뒤덮은 것이다. 작년 캐나다는 남한 면적에 40배에 이르는 산림을 화마로 잃었다. 물론 캐나다 산불의 원인이 기후변화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온상승으로 인한 병충해의 증가와 가뭄이 캐나다 산림을 화재에 취약하게 했다는 지적은 타당하게 들린다.
한편 작년 뉴스 중에는 미국 23개 주 검찰총장들이 탄소중립보험연합(NZIA) 소속 보험회사들에게 탄소중립을 위한 보험회사들의 보험인수 거절 행위는 미국 연방 반독점법 및 개별 주의 보험법을 위반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 두 뉴스 간에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국제연합(UN)이 주도하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글로벌 보험산업 연합체인 탄소중립보험연합은 보험인수 관련 탄소배출량 감축목표를 위한 방법론을 발표하고 소속 회사들에 감축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보험회사가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에 대해 보험인수를 제한하거나 투자를 하지 않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안은 소속 보험회사의 공동 대응이 중요한 것은 자명하다.
이에 대해 가스와 석유산업 비중이 높은 주를 중심으로 보험회사들이 보험인수를 공동으로 거절한다면 이는 에너지 가격을 높이고 인플레이션과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명분을 들어 미국 연방 반독점법 및 개별 주의 보험법을 위반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반발이 있었다. 이로 인해 탄소중립보험연합에 속했던 상당수의 보험회사들이 연합을 탈퇴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많은 이해 당사자들의 관계, 경제적 편익의 크기, 고용시장에 주는 영향 등 수많은 변수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고차방정식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험의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에 대해 무조건 인수를 거절하는 것이 바른 방법인지, 아니면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하면서 점진적으로 인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만약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비용 위험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앞으로 시행될 기후공시에는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날씨리스크는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보험산업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국내 보험산업의 기후변화 관련 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단기적으로는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기후변화의 특징에 더해 비교적 자연재해가 많지 않은 지리적 특성과 풍수해보험, 농작물보험 등 정부 주도의 보장이 이루어지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위험의 관리라는 보험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 보험산업은 기후변화를 줄일 수 있는 보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재해를 효과적으로 담보하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부지불식간에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미래를 위해 특히 후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해 나갈 때다.
조재린 보험연구원 부원장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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