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하고 스크랩하고 발품팔고 미술팀, 장면마다 ‘맨땅에 헤딩’
중고컴퓨터 25만원·삐삐 1만원 ‘그 때’ 식음료 라벨 자체제작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순간최고시청률 11.8%. 연일 자체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케이블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응답하라 1994(tvN)’의 숨은 공신은 1994년을 그대로 살린 소품에 있다. 슬램덩크 만화책에 모토로라 삐삐, 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의아할 지경인 486컴퓨터까지. ‘응사’가 가까운 과거를 현재로 되살리는 방법은 ‘디테일의 힘’에서 나왔다.
‘응답하라 1994’가 재연하는 그 시절은 무조건 ‘제로 세팅’이다. 1994년을 타이틀로 달고 나온 드라마의 한 회를 만드는 과정은 미술팀에겐 ‘맨땅에 헤딩’과도 같았다. ▶관련기사 28면
시청자들에게 ‘나정이 남편’ 찾기가 지상과제일 때, 서명혜 미술감독을 포함한 10명의 팀원(최근 4명이 늘었다)은 ‘검색의 달인’이 돼 모든 소품을 구입하고 만들어낸다.
기본적으로 미술팀은 자료수집을 위해 당시 신문과 잡지를 스크랩해 보관하고, 원하는 소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판다.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이미 3개월의 작업과정을 거쳐 보니 모아둔 자료와 소품이 상당하다. 발품 팔아 구입한 소품은 가격도 천차만별. 삼천포 방에 놓인 멸종 위기의 486컴퓨터는 양말공장에서 25만원에 구입했다. 보통은 대당 5만원에서 150만원 사이라고 한다. 배우들 모두의 소품인, 동묘에서 구입한 모토로라 삐삐는 단돈 1만원에 구입한 제품들이다.
큼직한 소품은 구매도 가능하고 블로거와의 거래를 통해 입수하기도 하지만, 미술팀답게 자체제작 소품들이 훨씬 많다. 먹고 마셔야 하는 소품과 방안 곳곳을 가득 채운 이상민 포스터나 각종 서적들이 이 같은 경우다.
미술팀은 꼬깔콘, 빼빼로, 밀키스, 서주우유 등의 식음료를 대형 프린터를 통해 라벨을 출력하고 코팅해 물건에 옷을 입혀준다. 빙그레의 대중가사 가요집을 비롯해 쓰레기의 의학서적, 94년도 음악테이프의 표지, 지하철공사 책자를 보고 만든 노란색 지하철 패스도 수제품이다. 소품 제작을 위해 사용되는 용지는 가로 1m, 세로 30m짜리로 대여섯 개 정도다.
CG(컴퓨터그래픽)도 빠질 리 없다. 4~5명이 투입돼 한 장면당 최고 3000만원에 서울역과 그레이스백화점의 재연 화면은 물론, 이제는 원터치 방식으로 전환된 음료수 캔을 잡아서 떨어지는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 특수영상까지 동원했다.
서명혜 미술감독은 “기본은 자료수집이다. 그 뒤엔 발품을 팔지만, 열심히 돌아다닌다고 소품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가장 힘들다”며 “전국을 뒤져 필요한 소품을 찾고, 못한 뒤엔 제작을 통해 만들어낸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990년대 초반 분위기를 살리고 캐릭터를 드러내는 것이다. 여러 하숙집에 모여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그들이 좋아하는 소품을 배치하고, “원색과 고딕체가 많이 쓰였던 시대 분위기를 살려 너무 세련된 건 배제하고, 오히려 촌스럽게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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