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불황에 증권업계가 총체적 난국이다. 거래대금은 줄고 주식시장을 떠나는 개인투자자들도 즐비하다.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던 증권사 수익은 쪼그라들고 자연스레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삼성증권을 필두로 조심스럽게 시작된 인력감축은 하반기들어선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를 겪은 동양증권은 물론 한화, 신한금융, 유진, SK, KTB투자증권 등도 희망퇴직과 연봉삭감을 진행 중이다. 수면 아래서 계획 중이거나 진행하는 곳들도 많다. 나가는 직원들이 업계불황으로 다시 둥지를 틀 곳이 마땅치 않아 더 암울하다는 게 업계 한 임원의 전언이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년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우리투자증권, 동양증권 등 중대형 증권사의 매각 회오리 속에 중소형사들의 퇴출도 불가피하다. 더욱 가속화될 생존형 구조조정에다 업계 재편에 따른 후폭풍이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거래부진은 올해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거침없는 외국인 매수세로 지난달만 해도 마냥 오를 것 같던 코스피지수도 미국 양적완화, 환율문제 등 대외변수에 휘말리며 재차 박스권에 갇히는 모습이다. 지수가 올라도 개인거래가 줄거나 수수료 수입이 거의 없는 모바일 거래가 늘면서 수익으로는 연결되지 않는 악순환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젠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를 줄여 거래부진에 따른 수익 감소 폭을 메우는 미봉책은 한계가 있다. 최근 만난 한 대형 증권사 대표는 내년에도 거래량이 늘 것 같지 않아 수수료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체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하는 한 여의도에 부는 감원삭풍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특화된 수익기반을 확보한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증권사들이 생존을 담보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 62개에 달하는 증권사가 밥그릇을 차지하기엔 시장이 너무 좁고 또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내년에 더 큰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 증권업계의 새벽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권남근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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