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은 1987년 민주화 이후 20년 이상 해묵은 정치권의 화두였다. 중앙정보부로 창설돼 안전기획부를 거쳐 국가정보원까지 이름을 바꿨지만, 매 정권 때마다 정치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개혁대상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그동안 국정원 개혁은 주로 대통령 주도로 이뤄졌을 뿐 국회가 직접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1961년 창설당시 중앙정보부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보장받는다. 국가기관 전반을 조정ㆍ감독하고, 검사의 지휘도 받지 않는 독자 수사권을 가졌다. 필요하면 모든 국가기관으로부터 협조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1963년 업무범위가 안전보장과 정보관련으로 구체화되고 정치불개입 의무도 부여되면서 오늘날 국정원법과 유사한 체계를 갖춘다. 1981년 안전기획부로 이름을 바꾸지만 권한과 기능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민주화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이다. 이 때 와서 업무범위가 현재 수준으로 구체화되고, 정치관여 금지 조항이 대폭 강화됐다. 직권남용에 대한 처벌조항도 만들어졌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정원장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같은 개혁시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특히 대선 관련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1997년 대선 직전 안기부가 ‘북풍사건’을 조작해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2002년에는 역시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과 공직자 등 1800여명의 통화내용을 불법 도ㆍ감청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편 역대 국정원 수장(중앙정보부, 안기부 포함)은 대부분 군출신이다. 박정희 정부에서는 7대 신직수 부장, 전두환 정부에서는 노신영 부장이 검찰, 외교부 출신일 뿐이다. 노태우 정부 들어서는 배명인, 서동권 등 검찰출신과 이상연 등 공무원 출신으로 문호가 넓어졌다. 하지만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는 권영해, 이종찬, 천용택, 임동원 등 육사 출신이 다시 기용됐다. 참여정부에서는 김만복 원장이 첫 내부승진으로 수장에 올랐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원세훈 원장이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서는 첫 정보기관 수장에 기용된다. 남재준 현 원장은 4성 장군 출신으로는 1980년 전두환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육군참모총장을 거친 후 수장을 맡은 것은 1969년 김계원 부장 이후 44년 만이다.
홍길용 기자@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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