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뮤지컬부터 사회멘토까지 종횡무진…
‘동성애자’ 편견에 여전히 시달리지만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여유로 거부감 줄이고 ‘퀴어개그 1인자’로
PD 등 전문직 종사자들에 컨설팅 소수자 인권 강의로 공감얻기도 “세상의 문 조금씩 열리는 것 같아”
요즘 홍석천(42)이 방송에 출연하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다. JTBC ‘마녀사냥’에 고정출연하고 있고, ‘나혼자 산다’ 등 예능물에 수시로 나오고 있다. ‘응답하라 1994’ 등 드라마에도 카메오로 출연한다. 남자 수녀들의 코믹 뮤지컬 ‘넌센스 A-Men’에도 출연하고 있다.
방송 외에도 그는 바쁘다. 중고생들의 상담사 역할을 하고 있고 경찰ㆍ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과 기업인을 상대로 자주 특강을 한다. 어쨌든, 2년여 전만 해도 예능PD들 사이에서 섭외를 꺼렸던 동성애자 홍석천이 활발하게 방송에 나오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의 문이 조금씩 열리는 게 아닐까. ‘라디오스타’와 ‘힐링캠프’에서 했던 이야기의 진정성을 인정해주셨다. 그동안 저의 비즈니스, 강연, 사회운동에 대해서도 좋게 바라보시더라. 그다음부터는 저 자신도 저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고, 보시는 분들도 저 친구는 저렇게 사는구나 하면서 바라보게 된 것 같다.”
홍석천은 커밍아웃한 지 13년이나 됐음에도 여전히 동성애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 선입관에 시달린다. 하지만 예능에 나와서는 장난을 쳤다. 상대가 먼저 동성애에 대해 농담을 걸기는 쉽지 않았지만 홍석천은 동성애를 희화화하는 여유까지 부려 거부감을 줄였다. 그것이 방송을 자주 할 수 있게 된 계기다. ‘퀴어개그의 1인자’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홍석천은 이태원에 7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명은 모두 “마이~”로 시작한다. 그는 워크홀릭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그동안의 ‘한’을 푸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바쁘게 사는 그의 일상은 MBC ‘나혼자 산다’에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홍석천은 “이제는 사람들이 저를 단순히 동성애자로 보는 게 아니라 한 인간, 한 연예인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 “요즘은 사람들이 저처럼 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그는 어느새 우리 사회의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방송국 PD와 기자, 작가, 회사원, 교수들에게 상담도 자주 해준다. 그는 “유명해진다고 해서 날로 먹는 게 아니다. 나도 은퇴 후의 삶을 많이 생각했다”면서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컨실팅해주게 된 계기를 전했다. 최근에는 경찰들을 대상으로 ‘소수자 인권과 차별’이라는 주제로 강의해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는 “요즘 중고생들과 자주 대화를 갖다 보니 그들에게 탈출구가 없음을 느꼈다. 성에 대해 잘못된 지식을 갖고 생활하는 고교생들, 내가 겪었던 상황과 비슷한 고통과 경험을 겪는 고교생들에게 분명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힘들어도 열심히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천은 고정 출연하는 ‘마녀사냥’에서 남심도 여심도 아닌 게이심(?)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그는 “나는 중간 입장인데, 좀 더 세세하게 말한다면 여성의 입장을 많이 펼쳐 남녀가 서로 오해하고 있는 걸 고치자는 주의”라고 했다. 홍석천은 여자도 못하는 여자 얘기를 던질 때도 있다. 남자와의 잠자리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 같은 여자들의 진짜 고민을 먼저 말해 대화의 물꼬를 튼다. 그는 “나 자신의 시장이 형성된 것 같다”고도 했다.
“ ‘마녀사냥’을 처음 녹화했을 때 깜짝 놀랐다. 이런 게 방송으로 나갈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처음엔 조심하면서 이야기했지만 바로 편하게 말했다. 여기서 다루는 토픽은 사실은 누구나 밥이나 술 먹으면서 하는 고민을 확대시킨 것이다. 남들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나혼자 산다’에서 홍석천의 모습은 호평을 받았다. 열심히 사는 사람의 외로움과 처량함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나혼자 산다’를 시청자로 보면서 ‘저건 내 건데’라는 생각을 했다. 혼자 15년을 산 내가 저 프로그램을 하면 재밌겠다 싶었다. 온종일 어떻게 사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잘 쪼개서 열심히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희망을 주고 싶었다. 모니터해보니까 내가 쉬지도 못하고 쓸쓸하고 처량한 모습도 많았다.”
그는 식당 경영에도 일가견이 있다. 하지만 이태원 식당 7개가 모두 잘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식당 경영 비결을 묻자 “가장 중요한 건 사람관리”라고 했다.
“우리 레스토랑 매니저들은 다양하다. 학교 짱 출신도 있고, 지방에서 성공하려고 온 나이 많은 친구도 있다. 나는 이 친구들의 멘토가 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꿈을 꾸는 건 좋지만 꿈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그게 레스토랑 일이다. 이걸 이겨내야 한다.”
내년에는 청년실업자나 은퇴 후 재취업자를 대상으로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나눌 수 있는 음식 아이템 사업을 구상 중이다. 시트콤과 드라마 출연 섭외가 많이 온다는 홍석천은 “이제 동성애자가 아니라도 이웃집 총각, 평범한 인간으로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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