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한 때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자와 경영진,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각광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노사정위원회가 국민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통상임금 문제, 철도노조의 최장 기간 파업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노사정위원회의 존재감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경제 주체들간 대화가 단절된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와 철도노조의 대립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달리고 있다. 지난 22일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공권력을 투입함으로써 양측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정부는 ‘불법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철도노조 간부들을 검거해 파업을 강제로 끝내려 했지만 결국 노동계 전체로 사태를 키우는 우(遇)를 범하고 말았다.
정부가 민노총 본부에 경찰력을 투입한 것은 1995년 민노총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 정부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노조를 제압하는 걸 최대한 자제한 것은 노동계 현안이 소위 ‘법과 원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로 철도노조의 파업동력만 높여줬을 뿐 아니라 노동계 전체로 화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없게 됐다. 파업 장기화로 인한 산업계의 손실과 국민 불편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부가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철도노조를 설득했다면 여론이 정부 쪽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일 업무복귀 명령 이후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이 1000명을 넘어섰고 국민의 불편과 산업계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데 대한 부담이 커 노조의 ‘투쟁동력’을 떨어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정부정책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는 않았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현오석 부총리,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차례로 나서서 “철도 민영화는 절대 없다”고 했지만 이것은 이른바 ‘고공 플레이’였을 뿐 노조과 성의를 갖고 대화에 임하려는 정부의 자세가 아닌 것 처럼 비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정부의 공식 입장이 전달된 이상 정부와 노조,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와 노조, 경영진이 만날 수 있는 장은 이미 마련돼 있다”며 “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 대화ㆍ합의기구가 그 역할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 파업의 여파는 이제 정치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3일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경찰의 체포 시도가 불가피한 법집행 과정이었음을 강조하며 “철도민영화를 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공동결의를 합의해 이 문제를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그 동안 정치권이 우리 사회의 분열과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국론을 하나로 통합하는 역할을 해왔다면 황 대표의 말이 설득력을 얻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했다.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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