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된 기술력에 제품간 우열없어 업체들 디자인 · 특성화 기술 눈돌려
“경쟁 제품과 차별점을 만들어내라.”
차량용 블랙박스업계에 떨어진 특명이다. 최근 포화 상태에 이른 내비게이션을 대체할 먹거리로 블랙박스가 떠오르면서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에 비해 낮은 진입 장벽과 평준화된 기술력 탓에 제품 간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블랙박스 제조업체들은 디자인, 특성화 기술 등 자신만의 차별점을 강조하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랙박스 시장은 활성화 2~3년 만에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5일 기준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등록된 블랙박스 제조업체의 수는 283개. 같은 사이트에 등록된 내비게이션 제조업체(100여개)보다 3배가량 많은 숫자다.
“주요 업체 10여곳을 제외한 내비게이션 제조업체 대다수가 최근 2~3년간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블랙박스 시장의 경쟁은 수치보다 훨씬 치열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블랙박스 누적 판매량은 2010년 50만대에서 2011년 100만대, 2012년 200만대로 급성장을 거듭하자 다른 업종의 기업들까지 연이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주문형 반도체 전문회사 세미솔루션은 2011년 개발한 ‘차눈-1’을 내놓으며 블랙박스 사업을 시작했다. PC 하드웨어업체 잘만테크도 최근 블랙박스 ‘잘바’를 출시하며 시장 진출을 알렸다.
이처럼 시장이 빠르게 춘추전국화한 것은 낮은 진입 장벽과 평준화된 기술력 때문. 방대한 지도 데이터베이스와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기술, 음성 인식 기술, 디스플레이 기술까지 필요한 내비게이션과는 달리 블랙박스는 이미 상용화된 영상 녹화 기술과 저장 기술만 있으면 된다.
팅크웨어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은 오랜 기간 전국 도로를 실사해 지도를 만들고 영상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장치와 소프트웨어까지 신경 써야 하는 반면, 블랙박스는 HD 영상 기술의 발달로 기술 장벽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브랜드 차별화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팅크웨어는 회사 내에 별도의 디자인실을 운영하며 디자인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측은 “블랙박스는 열에 취약하므로 유려한 제품 디자인하기가 쉽지 않은데, 디자인실과 기술 파트가 협력해 심미적인 측면과 기능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FXD900 마하’는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IDEA’에서 본상을 받았다.
현대엠엔소프트 역시 유명 디자인 컨설팅회사 ‘이노디자인’과 협업을 통해 이른바 ‘감성품질’ 전략을 도입했다. 다소 투박하다고 느낄 수 있는 블랙박스의 일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전문 디자인업체와의 손을 잡은 것이다.
세미솔루션과 잘만테크는 특성화 기능에 중점을 뒀다. 잘만테크는 PC 부품을 생산하며 체득한 냉각 기술로 블랙박스의 최대 약점인 발열 문제를 해결했다. 세미솔루션은 자체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특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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