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빠 어디가’ SBS ‘오 마이 베이비’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할아버지의 눈물겨운 도전기
일 떠나서는 관계망 부족한 남자들 자녀·이웃·친구와 소통하며 인간적으로 살고 싶은 욕구 강해
미디어에 아빠나 할아버지가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상파 예능의 최고 격전지인 일요일 저녁시간에 MBC와 KBS는 아빠들의 육아로 맞붙게 됐다. KBS가 올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중 가장 큰 반응이 나왔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해피선데이’ 안에 편성하면서다.
MBC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들이 매주 시골 마을로 1박 2일간 여행을 가서 색다른 체험을 하는 게 주 내용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고 살림하는 아빠들의 눈물겨운 도전기다. 둘의 공통점은 그 자리에 엄마가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돌보는 육아 프로그램 SBS ‘오 마이 베이비’도 지난달 31일 첫 방송됐다. 마산의 정 여사 할머니는 아역배우인 7살 친손자 최로운에게 메뚜기를 튀겨 먹여주고, “맛있다”고 하자 섬서구메뚜기 한 마리도 튀겨서 먹여주는 등 손자를 능숙하게 다룬다. 반면 임현식(68)과 임하룡(60)은 손자 손녀들을 돌보는 데 서투르다. 임하룡은 6살 손녀 임소현에게 짜장라면을 해 먹이는 게 쉽지 않다. 임현식도 5살 손자 주환을 “촌놈처럼 키우겠다”고 작정했지만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엄마의 역할로 여겨지던 육아의 영역에 아빠와 할아버지들이 들어오는 것을 성 역할이 바뀌고 있다고만 말하는 것은 뭔가 부족하다. 이건 한국 성인남자들의 소통망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아빠들은 사회와 조직 속에서는 명함에 표시되는 직책으로 많은 관계를 쌓아가고 있지만 정작 일을 떠나면 관계망이 크게 부족하다. 그래서 아빠들은 가족들로부터 따돌림 아닌 따돌림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친구와 일을 떠난 사적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에도 미숙하다.
‘아빠 어디가?’팀이 해외 특집을 찍기 위해 뉴질랜드를 갈 때 엄마들도 동행했다. 아빠들이 자녀들과 제법 친해졌지만 모두 1박 2일 여행이었다. 아빠가 자녀와 2박을 넘기기는 무리였다. 엄마는 만약을 대비한 비상대기조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니까 아빠와 할아버지도 일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자녀나 이웃, 친구와 소통을 많이 해 인간적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중년 이후 아빠들의 내면은 신자유주의 경쟁체제에서 더욱 황폐해지고 외로움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할 필요가 생겼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솔깃해지는 이유다. 그래서 길을 걸어보기도 하고,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아빠들은 자식이나 주변인들과 소통에 서툰 경우가 많다. 성동일은 자신이 아들 성준에게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말이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게 뭐지?”라는 사실을 알고 뜨끔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빠들은 하나하나 가족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일을 떠나 만나는 사람들과도 즐겁게 지내는 법을 익히고 있는 중이다. 많은 아빠들이 평소 감정 표현을 잘 못하고 살고 있다. 그래서는 집이라는 공간이 평안하고 즐거워질 수 없다.
‘꽃보다 할배’는 젊은이들에게 할아버지들을 조금 더 친밀하게 만들었다. 원래 ‘할배’라는 단어는 경상도 사람들만이 공개적으로 쓸 수 있는 단어였다. 손자가 경상도 사투리로 사용하면 할아버지에게 표시하는 정다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런데 다른 지방에서 쓰면 예의에 어긋난 단어가 될 수 있다. ‘꽃할배’의 히트로 할배는 전국에서 공식적으로 쓸 수 있는 단어가 됐다. 방송 연기자 중 최고 어른인 이순재(80)도 자신을 내려놓고 일상적이고 소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다른 연예인들은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다. 할아버지도 할머니처럼 손자 손녀에게 가까운 존재가 되어야 가족관계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
한국 중년 남자들은 높은 자리에 있다 퇴직하면 일상생활에 적응이 잘 안 된다고 한다. 퇴직 후 일상생활에 연착륙하려면 명함 없이 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인 직책이나 직위가 없어져도 관계망이 다양하고, 삶이 재미있고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식들에게도 감정 표현을 자유롭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것들의 시작이 방송에서 아빠나 할아버지들의 육아체험으로 나타났다. 아빠 육아체험 방송이 한국 성인남자들의 그런 결핍 부분을 조금씩 건드려주면서 마사지해주기를 기대한다.
jym64@heraldcorp.com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