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큐’. ‘방송의 달인’ 김원준은 데뷔 21년 만에 자신의 민낯을 봤다. ‘정글의 법칙(SBS)’ 때문이다. 지난 8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사바나로 떠나 3주간 ‘정글’을 체험하고 돌아온 김원준은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방송이지만 “이렇게 리얼한 방송은 데뷔 이래 처음”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큐’ 소리가 들리면 전원공급 장치에 불이 켜고, 대중 앞에 21년차 연예인다운 얼굴로 섰던 김원준이지만, 정글에선 달랐다.

“정글의 법칙이요? 어떤 걸 상상하든 그 이상이더라고요. 3주간 꿈을 꾼 것 같아요. 방송을 볼 때마다, ‘저게 나야?’ ‘나한테 저런 표정이 있었네?’ 한다니까요.”

방영 중인 ‘정글의 법칙 IN 사바나' 편을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김원준은 정글 생활 하루 만에 ‘자연인’ 김원준으로 돌아왔다. 심각한 ‘멘붕(멘탈붕괴)’ 사태의 연속이었다. “정말 여기서 자냐”며 “정말 먹을 것을 안 주냐”며 재차 확인했다. ‘정법’만의 룰을 확인해가는 과정에 놓이자, 원조 꽃미남 가수 김원준의 말끔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밥만 잘 먹이고, 잠만 잘 재우면 말 잘 듣는 어린애 같다”는 김원준인데, 두 가지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리니 ‘김허당’만 남았다.

김원준<br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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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김원준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출연 계기가 솔직했다. 소속사에선 떡밥을 던졌고, 김원준은 덥석 물었다. 정글행을 고작 일주일 가량 앞둔 때였다. 워낙에 애청자였다는 이유다. 그게 문제였다. ‘애청자 모드’로 ‘정글의 법칙’을 대하니, 3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방송을 볼 때면 아쉬움이 커졌다. “너무 만만히 봤다”고도 한다.

“사바나에서 한다고 했는데,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커요. 더 잘 할 수 있었고, 잘하고 싶었는데 준비를 제대로 안했던 것 같다. 방송을 보니 아쉽더라고요.”

‘불편한 진실’이었다. 사냥은 못했지만, 물고기를 잡겠다고 손이 퉁퉁 불토록 물 속에도 있었다. 새총으로 멧돼지를 잡으려는 황당한 모습에 절친 김진표는 “거기서 왜 그러고 있냐”고 핀잔을 줬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했지만 ‘생고생 예능’의 묘미를 살리기엔 “임팩트가 부족했다”는 자체평가도 내린다. 정글의 서열도 매겼다. 함께 갔던 한은정 정태우 이규한은 공동 일등, 자신은 4등이란다. 김병만을 부르는 이름은 ‘정글의 법칙’이었다.

혹독한 현실을 체험해보니 김원준은 그 곳에서의 경험 자체가 교훈이었다고 한다. “한없이 나약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생각하는 것이 깊어지고 강해졌다”며 “진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노출되는 ‘정글의 법칙’은 내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는 것이다. “거울을 보듯 내 모습을 보고 왔기에 방송을 보는 지금도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는 없다”고도 한다.

일상으로 돌아온 김원준은 정글을 통해 완성하고 돌아온 버킷리스트(사진, 운전, 정글송 만들기)를 되새기며 자신의 자리로 찾아갔다. ‘찰나의 순간’을 남긴 사바나에서의 3주는 숙성된 와인처럼 함께 가져갈 추억이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정글에서 만든 곡은 정태우, 노우진의 목소리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게 된다. 지금은 다시 강단에 선 교수님(강동대 실용음악과)이자 뮤지컬 배우(‘힐링하트 시즌3:꼬리 많은 남자’)다. 한 때는 인기 정상에서 내려올 줄 모르던 톱스타였지만, 시간의 길이에 김원준은 ‘제2의 인생’을 즐기는 중이다. 사실 소속사에서 ‘정글의 법칙’ 출연을 권한 것도 대중과 더 가까워지자는 바람도 담겨있었다.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사바나에 다녀왔지만, 현실 역시 그 곳 못지 않은 정글이에요. 많이 가진 적도 있고, 소중한 것도 잃어봤죠. 그래도 제겐 믿음이 있어요. 제 노래 ‘쇼’가 그 믿음이에요. 인생은 쇼에요. 끝은 없잖아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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