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동남아 여성들의 ‘코리안 드림’

술 판매할당 못채우면 성매매도

‘한 달 월급은 40만원, 한 달에 200~300잔의 음료수를 팔아야 하며 할당을 채우지 못하면 한 번당 ‘30잔’을 채운 셈 치고 2차를 뛰러 나가고….’

한국에서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오디션까지 합격하고 입국한 필리핀 여성이 대부분 외국인 전용 유흥주점에서 일하며 강제로 성매매에 나서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내 여성 최선임 검사인 조희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여성 인신매매 처벌과 피해자 보호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따르면 성매매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예술흥행비자(E-6) 입국 여성은 모두 필리핀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에서 일할 가수를 뽑는다’는 기획사의 오디션에 응한 이들은 이후 한국 기획사와 공연계약을 체결한다. 한국에 오기 위해 필리핀 주재 한국영사관에서 노래를 불러본 뒤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도 거친다.

하지만 한국에 온 이들은 무대에 한 번 서 보지 못한 채 바로 외국인 전용 유흥주점에 파견돼 미군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술이나 음료수를 파는 업무에 종사하게 된다. 이들이 한 달에 받는 급여는 월 40만원으로 그나마 처음 두세 달은 입국경비나 세금 등의 명목으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을 특히 괴롭히는 건 주스쿼터제도다. 여성들은 주스쿼터제라 하여 한 달에 2000달러어치의 음료수(잔당 1만원ㆍ200잔)나 술(잔당 2만원ㆍ100잔)을 판매해야 하며, 이를 채우지 못하면 벌금을 내거나 수당에서 공제된다. 여성들은 결국 술을 팔기 위해 손님이 원하는 랩댄스, 구강성교, 수음 등의 유사성행위 서비스를 하게 된다. 목표를 채우지 못한 경우 ‘바파인’이라 불리는 성매매까지 강요받는다. 30만원짜리 바파인 한 번에 30잔어치의 주스쿼터를 깎아주는 식이다. 경제적 압박과 강요에 못이긴 여성들은 결국 반강제적으로 성매매에 나서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현행법상 ‘외국인근로자 고용에 관한 법률’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며, 업주를 고소해도 경제적 압박이나 체류자격 연장이 인정 안 되는 문제로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소송을 버티기 어려워 취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체류자격 연장이 안 돼 출국하면서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

조 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들은 성매매 목적 인신매매와 관련된 피해자로 정의해 보호하는 한편, 수사와 공소기간 중에는 체류자격을 연장해줄 필요가 있고 이들을 외국인 노동자로 분류해 보호하는 등 정부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