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5> 저 높은 곳을 향하여 (6)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인명은 재천이라, N-Dos의 특공소령이 발사한 바추카 포의 탄알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고, 그 탄알이 만들어 놓은 불구덩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지만 유호성과 현성애는 털끝만큼도 다친 곳이 없었다.
구덩이로 빠졌지만 모래구덩이에 불과했고, 화염 속으로 내팽개쳐 졌지만 급히 뒤쫓아 온 로열골드의 소방시스템에 의해 1974년 산 치타는 껍데기만 한 번 더 그슬려졌을 뿐이었다. 애초에 그슬려져 있던 껍데기 아니었던가?
“아이고 정신없네. 성애 씨,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옆에서 화염이 치솟았는데… 도무지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지뢰가 터졌나?”
“전쟁터도 아닌데 무슨 지뢰야?”
“여기가 뚜아렉 족이 사는 본거지 아닌가요? 그들이 지뢰를 묻어놓은 거 아닐까?”
유호성과 현성애는 땅속을 향해 고꾸라진 채로 이렇게 주고받았다. 3점식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던 터라 그들은 시트에 묶인 채 박쥐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곧장 구덩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기 때문에 그들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려야 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3점식 안전벨트를 풀고 엉금엉금 모래구덩이에서 기어 나오는 동안 이미 N-Dos 특공소령의 블랙 이글스와 권도일의 로열 골드는 까마득히 멀리 사라져버린 뒤였다. 너무나 아득히 펼쳐져 있어서 끝도 모를 사막, 그 사막 위에서 불기둥 하나가 솟았다가 꺼진 일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과 다름없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가? 사막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하늘 위에 걸려있을 뿐, 새 한 마리도 날지 않는 곳에 유호성과 현성애는 이른바 고독한 조난을 당한 셈이었다.
“왕회장 생각이 나는 군.”
“누구요? 거성그룹 왕회장님 말예요?” “응, 지금은 돈에 파묻혀 있는 재벌이지만 그 분도 40년 전에는 꿈 많은 모험가였지. 그래 뵈도 우리나라 초창기 랠리 동호인이었다고. 당시 파리다카르 랠리에 출전했다가 차가 뒤집어졌다지? 불이 난 모양이던데… 그 차가 바로 저거야. 1974년 산 치타.”
“아, 그래서 저 차를 보존해 두셨던 거예요? 도색도 하지 않고?”
“그럼. 저 차 밑에 깔려서… 죽어가는 친구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셨다는 거야. 염병.”
“그랬구나. 그래서 튜닝은 완벽하게 하면서도, 새로 도색은 하지 않았던 거로군요?”
“죽은 친구를 기억하자는 뜻이겠지.”
유호성은 이렇게 중얼거린 뒤에 다시 모래구덩이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1974년 산 치타의 운전석에서 무선구조 장치를 꺼내오기 위해서였다. 구조요청을 미루고 공연히 시간을 낭비하다가 밤이 되면 냉기에 시달릴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었다. 사막 날씨는 밤낮이 확연히 달랐다. 맨몸으로 사막의 밤을 견디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아, 이런 식으로 구조요청을 하다니… 창피해서 못 견디겠다.”
“저 밑에 깔려 죽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아세요. 저 머신에 깔렸다면… 우리도 죽을 수밖에 없었을 걸요? 통신이 이루어진다 해도 구조대가 오려면 대여섯 시간은 걸릴 텐데, 그 전에.”
“왕회장도 그런 경우였을 거야. 구조대가 도착하기 직전에 친구가 사망했다고 하셨거든? 어쨌든… 쪽 팔려. 이런 치욕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어.”
유호성은 침통한 표정으로 SOS 구조신호를 보냈다. 이제 랠리를 포기해야 하니 얼마나 속이 쓰릴까. 그러나 현성애는 기쁘기 그지없었다. 어찌 되었든 유호성으로 하여금 랠리를 포기하도록 하면 2천만 원을 주겠다던 신희영 회장의 말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