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76회> 저 높은 곳을 향하여 7

허공을 향해 구조신호를 보낸 유호성은 그 이후부터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 모래구덩이에 거꾸로 틀어박힌 채 불에 타다 만 1974년산 치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처참하게 변한 치타의 몰골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그제야 모골이 송연해지고, 하마터면 되돌아올 수 없는 황천길로 들어설 뻔했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유리창은 두 군데나 박살나 있었고, 보닛 한 귀퉁이가 터져나간 채로 아직도 흰 연기를 무럭무럭 뿜어내고 있는 그 모습은 생을 마감하고 무덤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송장과 다름없었다.

“끔찍하군.”

“그러게요. 살아있는 게 기적이에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마른하늘에 번개가 내리친 것도 아니고…성애 씨는 여기에 있어봐요. 내가 한 번 주위를 둘러봐야겠어.”

유호성은 주위를 둘러보기 위해 1974년산 치타가 곤두박질쳐 있는 구덩이 쪽을 향해 걸어갔다. 안전벨트에 의한 충격 때문일까? 그제야 가슴이 뻐근하고, 온몸의 관절이 불편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거 봐요. 누군가 테러를 저지른 게 확실해.”

모래구덩이 속에서 치타의 상태를 점검하던 유호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박살 난 보닛 귀퉁이 부분에 탄피로 보이는 큼직한 쇳조각이 박혀있었을 뿐더러 화약냄새가 진동하는 것으로 보아 인명살상용 무기로 공격을 당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테러? 맞아요…테러! 엊그제 우리가 기절했던 이유도 테러 때문이었을 거예요.”

현성애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랠리 경기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연료탱크와 타이어에 작은 구멍을 뚫어놓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었다. 막상 보닛 귀퉁이에 박혀있는 탄피 조각을 본 순간 머리카락이 삐죽 일어서고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누굴까? 어떤 놈들 소행일까?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네.”

“사고 직전에 우리 주위에 있던 머신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기억나요?”

“그래요. 기억나지, 모리타니아 군인 놈들이 뒤따라왔고….”

“그건 어제 일이고요. 좀전에는 요르단 국적기를 단 머신이 뒤쫓아 오고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도무지 정체도 모를 그 머신이 언제나 우리 곁을 맴돌고 있었다고요.”

“맞아. 그런 것 같군. 그 외엔…권도일 선수의 로열골드가 우리 주변을 서성거렸지. 그렇다면 둘 중의 하나가 범인이란 말인가?”

“권도일 선수는 우리와 같은 팀 소속인데…뭐 하러 이 짓을 해요? 우리를 해칠 리 없잖아요? 군사용 무기를 탑재했을 리도 없고요.”

“그럼 범인은 밝혀진 셈이네?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지?”

유호성과 현성애는 이렇게 단정지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은 두려울 뿐이었다. 모래바다와 다름없는 사막 한가운데서 요르단 머신이 또다시 공격을 해온다면 이젠 목숨을 잃을 수밖에 별 도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안되겠다. 위장을 해야지. 성애 씨, 당장 모래속에 온 몸을 파묻어요. 숨 쉴 수 있도록 얼굴만 내놓고.”

“어머나, 나 어떡해!”

그들은 허겁지겁 모래 속으로 몸을 비벼 넣었다. 마치 피서지 해변에서 모래찜질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시작했는데…섭씨 48도가 넘는 땡볕에 달구어진 모래가 어찌나 뜨거운지 난로 속으로 기어들어간 느낌이었다. 하지만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참아야만 했다. 불가마에 들어간 것처럼 순식간에 온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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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