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부실관리 도마에…개인투자자 피해 일파만파

[헤럴드경제=성연진ㆍ양대근 기자] “동양레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금액이 5000만원입니다. 담당 프라이빗뱅커(PB)가 전화해 ‘최악의 경우를 준비하시라’고 하더군요. 밥도 못 먹고 잠도 안 오고 딱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동양레저 CP에 퇴직금 중 일부를 투자한 김모(52) 씨는 1일 이같이 토로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의 주요 3개 계열사 ㈜동양ㆍ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에 투자한 개인들의 막대한 손실이 예고된 가운데, 동양그룹이 오리온의 지원불가가 발표된 지난달 23일 이후로도 926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매회사인 ‘오리온‘의 지원불가 발표 후 돌아오는 만기 대금을 갚기 위해 짧게는 일주일도 안 되는 만기로 CP 발행에 나선 것이다.

그룹의 ‘위기설‘이 부각된 이후기 때문에 이 자금은 개인이 아닌 계열사가 떠안았고, 결국 1일 동양네트워크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로까지 이어졌다.

동양증권 명동본점 내부 스케치<br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9.25
동양증권 명동본점 내부 스케치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9.25
동양그룹 4개 계열사의 법정관리로 동양 계열사의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민원이 급증하고 동양증권에서는 다시 일부 자금 인출이 발생하는 등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양증권 상담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직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동양증권 명동본점 내부 스케치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9.25 동양증권 명동본점 내부 스케치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9.25 동양그룹 4개 계열사의 법정관리로 동양 계열사의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민원이 급증하고 동양증권에서는 다시 일부 자금 인출이 발생하는 등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양증권 상담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직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에 따라 투자자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다르면 동양시멘트는 이달 만기인 CP 157억원을 비롯해 회사채와 CP 총 3122억원이 남아있다.

결혼자금 3500만원을 동양시멘트 채권에 투자했다는 30대 직장인은 “불과 사흘 전에 전화로 괞찮냐고 물으니 ‘동양그룹이 망할 리가 없다. 100% 안전하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난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이번 동양그룹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의 99%가 퇴직금과 전세보증금 등을 넣은 개인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4만1000여명, 금액으로는 1조2300억원에 달한다.

동양시멘트까지 더해지면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들 투자자가 들고 있는 회사채와 CP는 사실상 원금의 10% 안팎 회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경우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회사채 발행은 못하고 CP(전자단기사채 포함)만 발행했다. 법원에서 기업 회생보다 청산 가치가 더 클 것이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CP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동양 회사채도 마찬가지다. 통상 법정관리에 돌입한 기업의 회사채 투자 회수율은 대개 10% 수준이다. 이럴 경우 3개사의 개인 투자자들에게서만 1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다.

그나마 법원이 ㈜동양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동양매직, 동양파워 등 계열사 매각이 성사되면 투자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채권투자자의 원금 가운데 일부를 돌려주기로 결정하더라도 일반적으로 10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는 더 커진다.

금융소비자원 홈페이지에는 법정관리가 발표된 30일 하룻동안 3000여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고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신고센터를 설치한 지 하루 만에 관련 민원이 400건을 돌파했다.

일단 법정관리에 들어간 3개사의 투자자들이 얼마나 돈을 건질 수 있을지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결정될 전망이다.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3~6개월 뒤에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법원에서 LIG건설 CP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판매사인 우리투자증권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해 “투자금의 30%를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 최종심에서 회사채ㆍCP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경우는 아직 없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