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딛고 철인3종 완주 개그맨 이동우
망막색소변성증 앓은지 10년 불행은 내게 사형수 삶같았죠
딸 아이를 깔고 앉기도 하고… 안은채 방문에 찍혀버리기도
철인3종경기·재즈가수·연극 슈퍼맨 프로젝트에 도전장
앞이 안보여도 전 딴따라에요 그 삶이 제겐 굉장한 행복이죠
1993년, 노래 잘하는 개그맨 그룹 ‘틴틴파이브’로 대중의 사랑을 받던 이동우(43)는 어느날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2004년 갑작스레 찾아온 ‘망막색소변성증’, 4000명 중 1명이 걸린다는 희귀병을 앓은지 10년이다. 그 사이 이동우에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느닷없는 장애는 ‘예고된 불행’ 같았지만, 지금 그는 ‘슈퍼맨’처럼 다시 일어서고 있다.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중도장애를 가지게 되면 보통 네 단계의 심리장애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패닉, 두번째는 부정, 세번째는 분노, 네번째는 수용.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저 역시 제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 5년이 걸렸어요.”
망막색소변성증은 주변의 시야가 차츰 좁아져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질환이다. 이동우는 그 과정을 “사형수의 삶”과 같다고 했다. “예고된 불행과 절대적인 고통은 공포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처음엔 믿기지도 않았다. 100곳이 넘는 병원을 찾아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당신은 머지 않아 실명합니다.” 왜 이런 일이 찾아왔는지에 대한 분노를 추스릴 겨를도 없이 “아침마다 보이지 않는 시간은 길어져 갔다”고 한다. 그 무렵 이동우는 오랜 시간 진행하던 라디오도 하차했다. “몸이 좋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댔지만, 사실 원고를 볼 수 없었던 탓이다. 어머니에게조차 2년간이나 숨길 정도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고통의 시간’이었다. 두려움이 컸다. 희귀병을 안고서는 방송인으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었다.
“그 때 선물처럼 딸 아이가 찾아왔어요. 아이가 생길만한 여유도 없었을 땐데, 그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웃고, 엄마ㆍ아빠를 말할 무렵, 실수도 많이 했어요. 보이지 않으니 깔고 앉기도 하고, 아이를 안은채 방문에 찍혀버리기도 하죠. 그 때마다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어요. 아이의 팔을 일부러 내빼고 거부했는데, 아빠라고 늘 그렇게 매달리더라고요.”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딸은 그에게 용기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망막색소변색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전에 스스로 장애인 복지관을 찾아갔고, 그 때부터 “장애를 안고 살아가기 위한 스탭을 하나씩 밟아갔다”고 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의아해했다. 흰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 화장실에선 소변기의 위치를 찾지 못해 “이동우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다”는 오해도 샀다. 5년 전에야 자신의 장애를 고백한 그는 지금은 평화방송에서 다시 라디오를 진행하며 목소리로 다양한 사연을 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슈퍼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세가지 도전에 나섰다. 철인3종경기, 재즈가수, 연극으로의 도전이다.
“쉬운 일에는 도전이라는 말을 잘 하진 않잖아요. 고지가 높이 있어야 오르고 싶은 마음도 생기죠. 그런데 전 힘든 일에 도전하거나 땀 흘리며 사는 걸 좋아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대접받는 것에 익숙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에 길들여진 사람이었죠. 대부분의 연예인처럼요.”
그런 그는 갑작스레 찾아온 장애가 “최선을 다해 살아야한다는 마음을 갖게 해준 것 같다”고 했다. 마라톤과 등산을 시작하며 체력을 다져오던 그에게 마음 속으로만 품었던 생각을 읽은듯 매니저는 ‘철인3종경기’를 권했다. “방송 섭외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은 장애 때문에 이동우는 ‘불가능할 것 같다’며 책임지기 싫어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방송인 이동우가 아니라 장애를 먼저 보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이동우의 곁을 지키는 매니저 김동호 씨의 생각이었다.
이동우 스스로도 해볼 만한 일이었다. “누군가와 승부를 겨루는 일도 아니었고, 내가 열심히 해서 완수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늘 씩씩하고 용감한 딸이었다.
“앞을 볼 수 없는 아빠가 늘 어딘가에 부딪히는 것을 보고 많이 속상해했어요. 불편한 거지 나약한 아빠는 아닌데, 이번 기회를 통해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당연히 “나를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과 격려에 감사만 할 것이 아니라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자신과 같은 입장, 그보다 더 힘든 상황의 사람들을 보며 반성하고, 그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이동우는 해냈다. 최근 경남 통영에서 열린 ITU 트라이애슬론 월드컵에서 4시간 21분 34초의 기록으로 완주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괜히 시작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혹독했던 5개월의 준비기간이 헛되지 않았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동우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은 재즈가수 웅산에게 지난 2년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스마일(SMILE·가제)’이라는 재즈 음반 발표를 앞두고 있다. “재즈를 하면 굉장히 행복해질 사람”이라는 말만 믿고 시작해 벌써 단독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내년 봄에는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내 마음의 슈퍼맨’(가제)을 올릴 계획도 세웠다. 데뷔 20주년을 맞는 이동우의 ‘슈퍼맨 프로젝트’다.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 가느냐인 것 같아요. 경기 내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았죠. 도착점엔 예상치 못한 행복이 있었고요. 철인3종경기, 재즈가수, 연극배우.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이 과정이 지나면 앞으로 무엇을 하든 많은 분들이 제 장애를 먼저 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앞으로도 딴따라로 살아갈 겁니다. 딴따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제겐 굉장한 행복이에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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