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아시아 최고 갑부’ 리자청(李嘉誠ㆍ85) 창장(長江)그룹 회장이 홍콩과 중국의 자산을 잇따라 매각하자 중화권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부동산 붕괴 신호라는 해석에서부터 외자 엑소더스의 시작, 정치적 이유 등 여러가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억만장자인 그는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족집게’로 유명하다. 워런버핏이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것처럼 그는 ‘홍콩의 현인’ ‘수퍼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의 갑작스런 자산 매각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리자청은 지난 7월 홍콩 수퍼마켓체인 바이자(百佳)를 매각했다. 홍콩에서 두번째로 큰 마트체인을 매각하자 그가 ‘탈(脫)홍콩’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광저우(廣州) 부동산을 26억위안(약 4664억6600만원)에 매각한데 이어 상하이(上海)에 있는 오피스텔을 60억위안에 내놓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의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토지 낙찰가 기록 갱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리자청은 이를 거슬러가는 행보를 보인 셈이다.

이를 두고 중국 최대 부동산재벌 왕스(王石) 완커(萬科) 회장은 최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머리좋은 리자청이 베이징, 상하이 등지의 부동산을 팔고 있다. 이는 일종의 신호다. 조심해야한다” 라며 부동산 붕괴를 경고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중국부동산정보연구의 쉐젠슝도 “리자청은 투자의 고수로 늘 높은 수익을 올리곤 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에 상하이의 오피스텔을 팔아치운 것은 좋은 예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현실화되면 아시아의 부동산이 요동칠 것으로 보고 지금을 매각 타이밍으로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푸젠(福建)성의 한 인사는 리자청의 자산 매각을 외자 엑소더스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나닷컴의 한 IT 전문가도 “지금 빠져 나가지 않으면 언제 가겠느냐”며 외자기업들은 중국 중앙은행이 지탱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이유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산둥(山東)성의 한 사업가는 “리자청이 중국 사회의 위기를 예견하고 리스크를 피하려 하는 것”이라며 부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정치ㆍ사회적 불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자청의 최근 매각 행보는 유럽 진출을 위한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침체에 빠진 유럽에서 싼값에 알짜를 사기 위해 중국의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리자청의 허치슨왐포아는 올들어서만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아일랜드에서 통신기업과 폐기물관리업체를 사들이는 등 유럽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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