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회담 의제와 ‘2→3→5’ 숫자싸움에 얼굴만 붉히던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먼길을 돌아 결국 16일 만난다. 새 정부 취임 6개월도 채 안돼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등으로 날선 대립각을 세운 것 만큼이나 두 사람의 인연도 질기다.
1952년생 용띠 동갑인 두 사람의 인연은 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 대표의 아버지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는 지난 1960~70년대 정치적으로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김 전 당수는 박 전 대통령의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아버지의 이름’으로 정치의 명맥을 이워왔지지만, ‘물과 기름’ 격 인연은 이미 선대에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두 사람의 개인적 인연은 정계 입문 전 작가와 방송인으로 만나는 것으로 시작됐다. 1993년 김 대표는 대통령의 외동딸과 평범한 남자의 연애를 그린 ‘여자의 남자’라는 소설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뒤 TV토크쇼 ‘김한길과 사람들’을 진행했다. 그의 프로그램에 오랫동안 ‘칩거’하다가 수필집을 낸 박 대통령이 작가 자격으로 출연했던 것.
당시 김 대표는 맺는말에서 “박근혜 씨와 제가 동갑인데 같은 세월을 살았지만 참 다른 세월도 살았다. 박근혜 씨가 청와대 안주인 노릇을 하는 동안 저는 긴급조치로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면회 다니면서 세월 까먹으면서 살았다. 우리가 이렇게 다른 사람인데 한 시간 동안 그렇게 잘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참 좋은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김 대표는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박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 보성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하면서 굽이치는 정치 여정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며 만났다.
김 대표가 지난 2006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을 당시 취임 인사 차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박 대표의 54회 생일을 축하하며 꽃다발과 생일 케이크를 선물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2013년 한 사람은 18대 대통령으로,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제1 야당 대표로 노숙투쟁에 나섰다. 16일 만남이 두 사람의 질긴 인연에 어떤 쉼표가 찍힐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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