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상급기관이 채 총장을 쫓아내는 방법과 모양새만큼은 세련되지 못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채 총장이 국민과의 약속을 미루거나 깰 경우 감찰지시나 공개비난 등 후속조치를 해도 충분했을 일이다.
‘혼외 아들’ 의혹 보도와 상급기관의 추궁에 결백을 호소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퇴를 결단하는데 방아쇠가 된 것은 알려진 대로 법무부의 감찰 발표였다. 채 총장은 해당 의혹 보도 이후 황교안 법무부 장관, 국민수 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감찰을 권유받고 ‘받을 수 없는 카드’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해진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감찰에 나선다고 공식발표하자 사퇴 종용의 신호로 알고 1시간 만에 지체 없이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청와대는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이틀 뒤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면서 법무부 감찰을 받아야 하는 현직 신분으로 채 총장을 붙들었다. 일견 잘잘못을 따져 인사조치하겠다는 정론적 입장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면엔 ‘완전한 승리’를 위해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욕심이 서려 있었던 게 아닐까 의심된다. 이 참에 경질이 마땅한 비도덕적 처사가 있었다는 결론까지 후련하게 내리고 싶었던 듯하다. 그래야만 채 총장의 사퇴 직후 불거진 야권 및 검찰 내부의 ‘청와대 사퇴 압력설’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청와대의 욕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느 인사권자가 인사 조치와 관련해 ‘특정인 찍어내기’ ‘정치적 음해공작’이란 소리를 듣고 싶겠는가. 비록 법적으로 2년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자리라도 이를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문제가 발생했다면 갈아치우는 것은 인사권자의 마땅한 권한이다.
혼외 아들의 존재 여부로 명명백백해질 축첩 행위에 대해서는 결코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 축첩 및 혼외 자녀 스캔들과 관련해 나라마다, 시기마다 판단이 달랐던 국내외 사례를 억지로 모아 논리를 세울 필요도 없다. 인사청문회 결격사유로 충분한 만큼 임명 후에도 중도사임 사유로 충분하다.
만약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모든 책임은 채 총장이 져야 한다. 무엇보다 사퇴의 변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 국민께 죄송하다”로 한 번, 그리고 대검청사를 떠나면서 “(성원해준) 국민께 감사하다”며 또 한 번, 두 번씩이나 국민을 거론했다. 혼외 아들을 둔 사실이 밝혀진다면 ‘두 얼굴의 총장’임이 드러난 것이므로 마땅히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와 상급기관이 채 총장을 쫓아내는 방법과 모양새만큼은 참 세련되지 못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조치 대상인 채 총장은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 했다. 특히 법무부의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 발표가 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즉시 제기하고 신속히 유전자 검사도 받겠다고 밝힌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채 총장이 “유전자감식이라도 받겠다”고 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이는 법적 강제력 이상으로 작용한다. 법무부의 감찰 지시는 이런 암묵적인 룰조차 인정하지 않은 처사다. 채 총장의 소명 기회를 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채 총장이 국민과의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깰 경우 그때 감찰지시나 공개비난 등 후속조치를 해도 충분했을 일이다. 세련된 조치가 아쉬울 뿐이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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