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걷잡을 수 없는 논란은 모두에게 상처만 안기고 말았습니다. 이정도면 ‘만신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추석 연휴의 막바지였던 지난 21일 첫방송된 SBS ‘송포유’는 내내 뜨거웠습니다.
‘송포유’는 SBS에서 많은 기대를 갖고 출범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폴란드에서 열리는 ‘코페르니쿠스 국제합창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수 이승철과 엄정화를 섭외했습니다. 고등학생 합창단을 모집해 100일간의 도전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었죠. 성지고등학교와 서울 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에 채택된 학교였고요.
제작단계부터 극비리에 진행된 프로젝트는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정규편성에 대한 기대도 높았습니다. 방송이 긍정적인 평가와 괜찮은 시청률을 받아든다면 이후 “여러 학교들이 신청해 또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끌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방송사에도 있었습니다.
화제성은 상당했습니다. 13편이나 등장했던 추석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을 싸그리 잠재운 ‘파괴력’이었습니다. 첫방송과 동시에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성지고’가 등장했고, 연관 검색어로 ‘성지고 출신 연예인’까지 거론됐습니다. 대체 어떤 학교이길래, 이런 학생들이 존재할까 싶은 호기심은 아니었을까요.
‘송포유’를 둘러싼 잡음은 일진 미화 논란부터 시작해 이승철의 거짓말 논란,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서혜진 PD의 ‘교조주의’ 발언, 작가의 ‘루저’ 발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욕설 SNS, 폴란드 합창대회에 참석했던 성지고 학생들의 클럽 출입 논란에 이어 성지고 교사의 격앙된 항의글로까지 번진 상황입니다.
첫방송에선 이승철 엄정화가 각각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죠. 제작진은 아이들과 학교 분위기를 인터뷰를 통해 묘사했습니다.
“학교에 분만실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번 때려 전치8주를 입혔다”, “땅에 묻어버렸다”는 전후맥락이 생략된 발언, 그 때 등장한 ’상남자‘라는 등의 감탄사격 자막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자신에게 폭행을 가한 학생이 ’송포유‘에 출연했다는 글이 일파만파 번지며 일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민감한 화두가 된 ’학교폭력‘이었습니다. SBS의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남자아이들끼리 서로 싸우다 각각 전치8주, 전치5주를 입혔다. 한바탕 싸우고 난 뒤 화해를 해 다시 친한 사이가 됐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지만, 친한 친구라는데 왜 그런 글을 남겼는지는 의문입니다.
방송에서는 선정적인 장면들도 끊임없이 노출됐습니다.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전날 과음을 하고, 담배를 핀다는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제작진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는 아이들의 모습도 나왔죠.
제작진은 “100일 간의 촬영을 3부안에 담아내려다 보니 방송이 갖는 미스테이크가 있었다”며 시간과 분량의 제약으로 그 이유로 내놓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이 같은 아이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질 때 얼마나 달라지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 역시 '제작의 변'입니다. '송포유'는 애초 12부작으로 기획됐습니다.
사실 제작진은 ’송포유‘의 제작을 위해 서울 시내 고등학교를 모두 방문했다고 합니다. “목적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목표를 향해갈 수 있는 트랙을 제공하겠다”며 찾은 ’적합한 학교‘ 두 곳이 성지고와 도기고였던 셈입니다. 성지고등학교는 문제아들의 ‘종착역'이라 불리는 도심형 대안학교이고, 서울 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는 북공고의 전신입니다. 어쩌면 제작진은 자신들이 떠올린 그림 안에 들어올 “하위 3%”라는 아이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두 학교에서 발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학생들의 현재를 가장 리얼하게 보여줘야 그들의 일궈낸 하모니가 드라마틱한 감동을 안길 수 있겠죠. 제작진의 선택은 '악마의 편집'이었을까요. 그 과욕은 ’송포유‘의 곳곳에서 비춰졌습니다. 방송 이후 불러올 파장은 예상치 못한 안일함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성지고의 한 교사는 지난 23일 프로그램의 게시판에 격앙된 어조로 “아이들을 깡패처럼 보이게 교묘히 편집했고, 가장 나쁘게 보이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는 글까지 남겼습니다. 물론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입니다.
논란이 된 부분을 해명하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고, 비난여론도 그칠 줄 몰랐습니다. SNS를 통해 끝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증언들과 후폭풍도 막을 수는 없었죠. ’송포유‘를 향한 비난에 연출을 맡은 서혜진 PD는 이른바 신상이 털리고 자녀의 사진까지 공개되는 수난을 맞았습니다. 왕따를 당해 전학을 왔다고 말했던 ‘송포유’의 출연학생은 방송에 얼굴을 비친 뒤 온라인 상에서 또 다시 왕따를 당하게 됐다고 합니다. 거친 야생마 같은 아이들은 ’문제아‘ ’불량학생‘이라는 낙인도 찍히게 됐습니다. 너나 없이 피해자가 돼버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제작진은 지난 24일 ’송포유‘ 3회의 긴급시사회를 열었습니다. 매시각마다 쏟아지는 비난에 제작진 모두 당혹스러운 눈치였습니다. “3회분까지 모두 본다면 프로그램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결정한 일이었습니다.
공개된 3부는 ’송포유‘를 통해 조금씩 변화했던 ’도기고‘ 아이들의 속마음을 담은 인터뷰와 두 학교 합창단의 경쟁모습이 그려졌습니다. 폴란드에 다녀온 성지고 학생들의 모습은 시간관계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지난 1, 2부에 비한다면 3부는 ’감동‘에 초점을 맞췄죠. 조금씩 달라지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바라온 부모님의 미안하고, 대견해하는 눈물을 함께 담았습니다.
시작부터 ‘악의’를 가지고 출발하는 프로그램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송포유‘의 제작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작진은 “많은 분들이 문제아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원치 않는 환경에 있다 보면 나 역시 또 다른 문제아가 됐을지 모른다”며 “당연히 질책받아야 할 부분은 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어떤 목표를 이뤘을 때의 ’뜨거운 눈물‘을 이 아이들은 알지 못했다.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스스로 느끼고 체험하고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이 친구들로 인해 과거의 아픔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면, 지금의 변화로 이 아이들이 더 상장하고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습니다.
단 며칠의 수고로움으로 프로그램 한 편을 뚝딱 만들어내기도 하는 때에 지난 100일의 시간은 제작진에게도 특별했습니다. 40여명의 아이들은 이승철 엄정화는 물론 제작진에게도 “내 자식같은 아이들이 됐다”고 합니다. 서로를 향한 애정이 커져갔다는 겁니다. 한 관계자는 “처음 만났을 땐 인사도 안하고 말투도 거칠었는데, 하루 하루 지날수록 아이들은 늦으면 왜 늦게 오냐고 문자나 전화를 하고, 먼저 달려와 큰소리로 인사도 할 만큼 변해갔다”고 했습니다. 성과도 있었죠. 성지고 학생들은 폴란드 합창대회에서 은상까지 수상했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합창대회는 경쟁이 아닌 인증에 방점을 둔 대회더군요. 때문에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수상자를 가립니다. 9개 부문으로 진행된 합창대회에서 성지고 학생들은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대회에서의 ’인증‘으로 향후엔 공식 합창단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도 얻게 됐습니다. “이승철의 스파르타식 교육과 아이들의 노력이 의미있는 성과를 내게 됐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과 진심이 퇴색돼버릴 만큼 ’송포유‘가 입은 상처는 큽니다.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고, 아이들을 철저하게 관리할 역량도 부족했습니다. 민감한 사회문제에 대한 안일한 접근은 더 큰 비난을 불러오게 됐습니다. 이제 3부는 26일 오후 방송됩니다. 판단은 다시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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