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1> 감추어진 승부 (25)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3층 공지호의 방에서는 전등불이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는 가운데 진격명령이 내려지는 중이었고, 6층 곽승철의 방에서는 홍콩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슬슬 시동을 걸고 있었는데, 길이 100미터에 달하는 9층 객실복도에서는 제 6사단장이 반쯤 벗은 차림으로 왕복 달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애시 당초 전화기를 분질러 놨어야 하는 건데… 내레 쎄가 빠지갔구만.’
‘쎄’란 혓바닥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 쎄가 빠지겠다는 건 벌써 몇 차례나 왕복 달리기를 계속했다는 말이 된다. 그 모든 게 전화기 때문이었다. 901호와 916호에 각각 에미나이 둘을 모셔놓고 상열지사를 벌이는데, 901호 에미나이와 진도가 나가려고 하면 916호에서 전화가 오곤 했던 것이다.
“사단장 동무, 안경 찾는데 어째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립네까? 1분 내로 돌아오지 않으면 내레 산보나 하러 나가갔습네다.”
이제 겨우 901호 에미나이의 윗도리 단추 세 개를 풀었을 뿐인데 그 새를 참지 못하고 916호 에미나이가 전화를 걸어왔던 것이다. 1분 내로 100미터를 뛰어가지 못하면 산보를 나간다고? 그럴 수는 없지.
6사단장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901호 에미나이에게 또 다른 거짓말을 둘러대야만 했다. 왜냐고? 901호와 916호에 따로 투숙한 에미나이들은 사단장이 양다리를 걸친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보오, 내레 공지호 부부장에게 잠시만 다녀와야갔어. 그 동무가 급히 담배 한 까치만 달라니 어쩌갔어?”
“그 동무는 어째서 꼭 요럴 때에 담배를 달라고 합네까? 제 손으로 사서 피우면 어디가 덧납네까?”
“잠시 기다리라우. 나보다 서열이 높은데 내가 어찌하간?”
대충 이렇게 연막을 피우고 허겁지겁 바지를 꿰어 찬 6사단장은 혁대도 채우지 못한 채로 바지춤을 움켜잡고 기나긴 복도를 달려야 했던 것이다.
“오마나 안경 찾아오는데 웬 땀을 이리 흘립네까? 사단장 동무 혹시 심장이 안 좋습네까? 복상사라도 하는 날엔 내레 죽사발 된다는 거 아십네까?”
“헛소리 하지 말라우. 내레 완전군장하고 백리를 뛴 사람이야. 사람 우습게 보지 말고 날래 치마나 벗으라우.”
“남세스럽게 내 손으로 어찌 치마를 벗습네까? 벗겨주시라용.”
제 6사단장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랴, 에미나이의 치마를 벗겨내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여사여사해서 겨우 치마를 벗겨내고, 무드를 잡기 위해 그녀의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은 후에… 이제 막 삼각형 쪼가리를 벗기려 하는데 또다시 901호 에미나이로부터 득달같이 전화가 울려왔던 것이다.
“사단장 동무, 3층까지 남생이 타고 다녀오십네까? 담배 한 까치 전해주러 간지가 언젠데 아직도 못 오시는 겁네까? 앞으로 100을 세갔습네다. 그때까지 오지 못하면 내레 문 잠그고 잠이나 자갔시요.”
901호 에미나이는 잔뜩 화가 돋은 모양이었다. 하긴 잔뜩 침 발라놓고 윗도리 단추까지 세 개나 풀어놓은 뒤에 오리무중이니 화 내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으랴만. 문을 잠그고 자다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고, 이걸 어쩌네? 내레 눈이 안 좋아서… 엄한 놈 안경을 집어왔지 뭐네. 내 꺼이는 짙은 색안경이란 말이디. 내레 후딱 가서 바꿔 와야 쓰갔어.”
사단장은 이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이미 치마를 벗은 에미나이는 사지에 힘을 주어 그를 옭아맨 채 놓아주질 않았다. 물통 굴리기 곡예로 단련된 근육이라 그 힘이 어찌나 세던지…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에 머리통이 짓눌린 사단장은 가까스로 숨을 몰아쉬었다.
아, 이걸 어쩌나. 문득 그녀의 가슴골을 타고 아련하게, 향긋한 분 냄새가 스며들고 있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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