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8회> 감추어진 승부 32
산모기는 집모기에 비해 몸집이 작지만 훨씬 날랜 편이다. 게다가 색깔도 까만 것이 소리 없이 떼로 몰려들어 사람의 피부를 공격한다. 한번 물리면 처음엔 무척 가렵다가 나중엔 퉁퉁 부어오르며 환부가 뜨끈뜨끈해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작은 빈대떡 몇 장을 포개어 붙여놓은 것 같아지기도 한다.
‘찰싹!, 찰싹!’
“으으으으~헉!”
‘철퍼덕!’
“아으, 아으!”
‘류자샤’ 계곡의 외진 구석, 유호성과 현성애의 숙소로 배정된 위구르 식 소형텐트 안에서는 이런 마찰음과 교성이 엇갈려가며 새어나오고 있었다. 스포츠섹스에 몰두하면서도 엉덩이가 가려워 체위를 바꾸곤 했으므로 산 모기들에게는 오히려 흡혈하기 좋은 조건이 제공된 셈이었다. 체위를 바꾸어 위로 올라선 유호성의 엉덩이인들 무사할 리 만무했다.
하지만 20미리그람짜리 비아그라를 수도 없이 집어먹은 유호성의 두 손은 바쁘기만 했다. 바닥을 짚은 채 팔굽혀 펴기를 해야 하고, 젖가슴을 애무해야 하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줘야 하고, 그녀가 호흡을 깔딱이며 목을 뒤로 젖히기라도 하면 어깨를 안아 올려야 했으니, 두 손으로 모기를 쫓을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손을 휘저어 모기를 쫓는 일은 현성애의 몫이었다. 느낌에 모기 한 마리가 유호성의 엉덩이에 달라붙어 있는 것 같으면 그녀는 망설임 없이 손바닥으로 그의 엉덩이를 후려치곤 했다. 그때에 나는 소리가 찰싹!
정신없이 꼴뚜기질을 하던 유호성이 문득 허벅지가 뜨끔하고 가려우면 제 손으로 힘껏 제 허벅지를 내려 갈기기도 했는데, 그때 나는 소리는 철퍼덕!
그러면서도 몸이 달아오르면 콧소리를 내뿜기 일쑤였으니 텐트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리는 ‘찰싹 찰싹, 으으으~, 철퍼덕, 아흐 아흐~’ 속내를 알지 못하고는 도무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그런 소리뿐이었다.
“호성 씨, 미치겠어. 이놈의 모기들 때문에 도무지 집중이 안 돼요. 색깔이 까매서 눈에 뵈지도 않고…”
“그렇지? 잘 뵈지도 않는 것들이 독수리 떼보다도 무서워. 사막에 출몰하는 검은 독수리 떼 말이야.”
“뼈다귀까지 하얗게 쪼아 먹는 검은 독수리들? 블랙 이글스 말이야?”
“그래, 서울에서 ‘에프 킬라’라도 사올 걸 그랬어. 모기향을 사오던지.”
언제부터였던가? 그 텐트 앞에 귀를 모으고 조심스럽게 엿듣는 그림자 하나가 있었다. 베레모 차림의 군복으로 보아 그는 ‘블랙 이글스’를 모는 N-Dos 단의 특공 소령이 분명했다. 그는 오늘, 고비사막의 초입에서 유호성 선수를 살해하고 모래구덩이에 파묻을 예정이었다. 민족적인 거사를 치르기 위해서 마지막 정탐을 하러 나온 셈이었다.
그는 한국말을 전혀 알아듣질 못했으므로 텐트 밖으로 흘러나오는 두 남녀의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처음엔 코리아 거성의 선수 두 명이 독특한 섹스취향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라고만 여겼다. 사디스트, 혹은 마조히스트… 회초리나 채찍으로 서로 상대방을 때리고 맞으면서 성적 쾌락을 느끼는 사람들!
그러나 가만히 엿듣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블랙 이글스’가 어쩌고, ‘킬러’가 어쩌고 하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했다. 오늘로 예정된 거사가 들통 난 모양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아! 이런 낭패가 있나… 그는 철렁 내려앉는 가슴을 움켜진 채 급히 자리를 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유호성의 텐트를 염탐하는 N-Dos 소령의 행동을 역시 몰래 엿보는 자가 있었다. 권도일이었다. 그는 이미 N-Dos단 소령의 수상한 행동을 감지하고 있지 않았던가. 재벌 2세에게 그가 자살, 혹은 테러의 예후를 나타내고 있다는 보고를 올린 지 꼭 하루가 지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 N-Dos단 소령의 행동거지를 보니 자살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테러가 주목적 인가… 권도일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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