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은 리얼리티와 캐릭터 플레이 두 가지를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한계를 지니고 있다. 리얼리티는 리얼과는 다르다. 리얼리티는 부여된 특정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사실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은 진실성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의 캐릭터 쇼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성공한 리얼 버라이어티도 시간이 지나면서 캐릭터가 식상해진다. ‘1박2일’에서 성시경은 ‘성충이’ 이후 무려 7~8개의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이를 머릿속에 기억하는 시청자는 별로 없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동일 인물이 계속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시청자와 소통을 이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아직 살아남은 유일한 리얼 버라이어티가 ‘무한도전’이다. 그동안 몇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8년째 ‘재미’를 주고 있다. 최근에도 맹승지의 “오빠 나 몰라”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리얼 버라이어티 수명의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게 ‘무한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무한도전’만큼 캐릭터가 잘 잡힌 예능은 없다. 그래서 단순한 스토리를 집어넣어도 재미가 생긴다. ‘의좋은 형제’나 ‘의상한 형제’ 편은 내용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캐릭터가 주는 묘미가 더해져 다른 예능이 주기 힘든 재미와 의미를 뽑아낸다. 여기에는 사기와 배신의 대명사이자 긍정의 아이콘인 노홍철이 있기에 반전과 변화를 그만큼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매번 성공할 수는 없다. 밑도 끝도 없이 던지는 개그가 새롭게 와닿지 않을 때도 있고,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선보이곤 했던 ‘웃겨야 산다’ 등의 아이템처럼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때도 있었다. 공주 코스프레를 선보였던 ‘소문난 7공주’ 편은 캐릭터쇼의 끝장판 같았다. 과도한 분장쇼는 웃음을 주었지만 이제 더 이상의 독한 분장 캐릭터쇼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갑작스런 처녀귀신의 출현에 멤버들이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보여준 납량 몰래카메라의 효과도 기대 이하였다.
최근 2주에 걸쳐 방송된 ‘여름예능캠프’는 예능에서 새롭게 도약해야 할 사람이나 예능루키를 게스트로 초대해 웃음 만들기 전지훈련을 실시해 예능담력을 키우는 데는 좋았지만 과거의 예능 종목으로 훈련을 받아 급변하는 예능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은 위기를 넘어서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그중 하나가 외부 콘텐츠를 끌어들이는 확장 역량이다.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로서 자체 역량과 확장역량을 지니고 있는데, ‘열린 구조’를 취하고 있어 확장역량의 활용 가능성이 거의 무한대다. 이 ‘열린 구조’는 단순히 걸그룹 멤버나 유홍준, 허영만 등의 전문가 등 ‘인물’만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틀내에서 외부의 형식이나 인물이 고스란히 들어와 ‘무한도전’ 식으로 용해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여름방학특집 ‘무도를 부탁해’는 확장역량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시청자가 ‘무한도전’의 제작진으로 변신해 아이템 선정부터 현장 연출 및 후반 작업까지 방송 제작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형태다. 접수된 1000여건 중 최종적으로 선정된 2개의 아이템은 실제 제작으로 이어졌다. 그중 12세 초등학생 이예준 감독의 제작방식은 ‘무도’의 지향점과도 일치해 묘한 울림을 주었다. ‘거장’ 이예준 감독은 “감독님이 아이템을 선택해주셔야죠”라는 유재석의 말에 “멤버들이 하고 싶은 걸 해야 재밌으니까 콘텐츠는 자율적으로 정할 거예요”라면서 “녹화는 최대한 재밌게,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야 참된 웃음이 나올 수 있다는 거였다. 웃기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빵 터지는, 그냥 자연적으로 나오는 웃음을 원했다. 이예준 감독은 “찍었는데 재미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하자 “재촬영은 없다. 최대한 편집으로 살린다”는 제작방침까지 내놨다. 그는 “가끔 생각대로 안될 때도 있거든요. 감독님은 부담 안되세요?”라는 유재석의 물음에 “부담 안돼요. 너무 즐거워서요”라고 답했다. 이예준 감독의 제작 철학은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다 보면 잘 안될 때도 있지만, 최대한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을 즐기다 보면 위기는 멀리 달아날 것이라는 다짐 같은 것이다. 이는 ‘무도’가 지금까지 그래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다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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