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4회> 감추어진 승부 38
원래 대선주자의 특별보좌관에게 정보를 제공하던 정보국 요원들은 N-Dos단 특공 소령이 테러를 감행하는 시점을 일주일쯤 뒤로 알고 있었다. 어찌 보면 정확한 정보였다. 애초에 소령이 테러 특명을 받을 때만 해도 랠리 카들이 북한지역을 통과할 때를 D-Day로 잡고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어벙한 젊은 특공대원이 강유리에게 반해서 윗도리를 벗어주고 어쩌고 하는 통에 일이 꼬여버린 셈이었다. 젊은 대원이 이탈하자 N-Dos단 본부에서는 거사 일을 당장 오늘로 바꿔버렸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대선주자의 특별보좌관이 거성의 왕회장에게 약속한 일은 아직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무슨 약속이냐고? 특보의 뜻에 따르면 N-Dos 단원 두 명을 가볍게 처리해 주겠다던… 그런 약속 말이다. 그러니 1974년 산 치타를 모는 유호성과 현성애의 목숨은 곧 뒤따르는 N-Dos의 ‘블랙 이글스’에 의하여 요절 날 판국이었다.
물론 유호성을 확실하게 요절내겠다고 작심한 사람은 권도일이었다. 그러니 유호성이 만에 하나 N-Dos 소령의 테러를 피해 살아나더라도 권도일에 의해 결국은 끝장 날 절체절명의 순간이 임박해 오고 있었다.
“로열 골드, 내 말 들리나, 오버.”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무선 통신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지익 소리와 함께 들리는 것은 란저우쯤에 머물고 있을 재벌 2세의 목소리였다.
“잘 들립니다. 오버.”
“왕회장님으로부터 특별 지시가 내려졌다. 지금부터 로열 골드의 성능테스트는 잠시 접어두고 블랙 이글스로부터 유호성을 케어 하도록!”
“느닷없이 무슨 말씀입니까?”
“나도 모른다, 오버.”
“3년을 별러온 일을 어찌 설명도 없이 중단시키십니까?”
“왕회장님 명령이다, 오버.”
“……”
권도일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유호성을 죽이기 위해 뒤를 따르는 자객에게 오히려 유호성의 안전을 당부하다니… 유호성을 해치려는 일은 혼자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던 일이었으므로 노출 될 걱정은 추호도 없었다. 상황을 보아 사막과 같은 적재적소에서 유호성을 처치하고 사고로 위장하면 그뿐.
‘아! 그렇군. 그 여자…’
순간 권도일의 뇌리에 번개처럼 스치는 모습이 있었다. 북한의 사진작가 예원희였다. 그녀가 느닷없이 란저우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그는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아! 그런 여자를 믿은 내가 바보였어.’
권도일은 땅을 치고 싶을 따름이었다. 아버지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드릴 수 있는 절호의 순간에 한 여자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된 것 아닌가.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한들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쩌자고 평양호텔에서 예원희를 만나 심경을 고백했던 것일까? 그토록 중차대한 일을 어째서 발설했던 것일까.
‘이왕 이렇게 된 거…’
권도일은 로열 골드를 최고속도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거성의 왕회장이 그런 명령을 내렸다는 것은 이미 예원희를 통해 모든 계획이 폭로 난 것이라 믿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단조롭게 펼쳐지던 ‘하서주랑’을 빠져나온 지 얼마나 지났을까? 로열골드가 달리는 길에는 어느새 모래바람이 휘몰고 있었다. 드디어 사막으로 들어서는 모양이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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